[노엘라의 초콜릿박스] 제2 바이올린 주자의 가치

[노엘라의 초콜릿박스] 제2 바이올린 주자의 가치

노엘라 기자
2014.03.26 05:40

친구와 함께 현악4중주를 연주할 때다. 나는 제 1바이올린을 맡았고 친구는 제 2 바이올린을 맡았다. 일반적으로 제 2 바이올린은 제 1 바이올린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한다.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서도 제 1 바이올린의 자리를 동경하는 제 2바이올린 주자의 괴로움이 잘 나타나있다.

나 역시 제 2 바이올린을 맡게 되면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친구도 불만이 생길 거란 생각에 두 번째 곡에선 나와 역할을 바꿔 연주하기를 제안했다. 그런데 그녀가 특유의 사투리로 말했다. "만약에,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모두 제 1 바이올린을 맡고 싶어하면 세상은 우째 될 거 같노? 우리가 과연 합주를 할 수는 있겠나? 내는 내 역할이 좋다! 내 같은 사람이 있어서 음악이 조화로울 수 있는 기다."

우리는 모두 1등을 꿈꾸도록 배웠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고 들었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키웠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면 마치 실패라도 한 듯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주목 받는 제 1 의 자리에 앉길 원한다면, 나머지 제 2의, 제 3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최고를 시기하거나 부러워하며? 그녀의 대답에, 그녀를 위한답시고 역할을 바꾸자고 제안 했던 내가 너무도 부끄러워졌다. 나 역시도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언젠가 들었던 우화가 생각난다. 돌을 나르는 사람들을 보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첫 번째 사람은 "보면 모르오? 힘들게 돌을 나르고 있지 않소?"라고 했고 두 번째 사람은 "난 지금 돈을 버는 중이오"라고 답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은 "나는 지금 성전을 짓고 있소"라고 말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일을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충실히 노력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자세.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그렇게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이 세상은 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와 같은 제 2 바이올린 주자가 있을 때 더욱 완성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합주처럼 말이다. 최고를 강요하는 시대,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가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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