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용산업무지구의 방향은 '주거·업무 복합도시'

[기고]용산업무지구의 방향은 '주거·업무 복합도시'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
2026.02.12 05:40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자리잡을 곳은 단순한 땅이 아니다. 그럴듯한 오피스군(群)을 적당히 채워넣는 개발사업을 할 곳은 더더욱 아니다. 서울의 향후 도시 경쟁력을 좌우할 국가적 프로젝트가 추진돼야할 곳이다. 이전의 논의는 이곳에 얼마만큼의 업무시설을 채울 것인가에 머물러 있지만 세계 주요 국제업무지구의 개발 흐름을 보면 이미 방향이 분명하다. 업무와 주거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직주복합이 정답이다.

홍콩 유니온스퀘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뉴욕 허드슨야드, 런던 카나리워프, 도쿄 토라노몬·롯폰기 힐스 등 글로벌CBD의 공통점은 고밀 업무시설과 상당한 규모의 주거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초기에는 업무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주거 비중을 확대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글로벌 인재를 유치하려면 양질의 주거가 필수이고 상주인구가 있어야 야간과 주말 공동화를 막을 수 있다. 상업·문화시설의 지속가능한 수요를 확보하고 직주근접을 통해 교통 혼잡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최근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의 경우 주거 연면적 비율이 30~50%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늘어나는 주거면적은 업무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완성도를 높인다.

용산도 예외일 수 없다. 한강과 용산공원에 접한 입지적 특성을 고려하면 업무와 주거의 결합은 당연하다. 지금 논의되는 오피스텔 중심의 단편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제업무지구에 걸맞은 다층적 주거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84㎡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기업 임원과 전문직의 장기 거주 수요를 수용하고 안정적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59㎡이하 소형·콤팩트 주거는 1~2인 전문직 수요를 담을 수 있다. 여기에 오피스텔과 서비스드 레지던스를 더해 단기 체류 인력과 프로젝트 기반 인력을 수용해야 한다.

이곳의 98.8%가 국가 및 공공기관 소유라는 점은 이 사업을 일반적인 재개발과 구분짓게 한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사업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 승인과 용적률 결정 권한은 서울시에 있는 만큼 주거 비율과 규모의 결정은 서울시의 판단과 국토부의 정책 협의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서울시의 사업을 넘어 국가적 중요성을 갖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택 물량 확대가 사업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그러나 개발 밀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용도를 합리화한다면 1만호 수준의 주택 물량 확보는 충분히 검토 가능한 선택지다. 더 나아가 주거시설이 업무시설보다 교통유발량이 적은 점도 기반시설 부담없이 주택 물량을 확대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초기단계에서 방향을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단순한 부동산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서울의 미래산업구조와 글로벌기업 유치, 인구구조변화 대응, 주택시장 안정 등이 연결된 복합정책이다. 실패한 과거의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속도 조절이 아닌 정교한 방향 설정이다. 용산은 그동안 하던 대로 평범하게 개발할 땅이 아니다. 그것이 용산이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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