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러기 아빠' 울린 미끼 특가항공권

[기자수첩]'기러기 아빠' 울린 미끼 특가항공권

이지혜 기자
2014.04.09 06:04

대기업에 다니는 오세현 부장(46·가명)은 얼마전 항공권을 구매하려다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넷 A여행사 사이트에서 가격이 싼 특가 항공권을 예약했지만 보름 가까이 시간만 지체하다 결국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 부장은 2년전 아내와 자녀 2명을 뉴질랜드로 보낸 뒤 습관처럼 인터넷 여행사 사이트에 접속한다. 항공료를 절약하려고 성수기를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조기예약할인, 이벤트 정보 등을 꼼꼼히 챙긴다. 대기업 부장이라고하면 여유가 있을 것 같지만 외벌이 '기러기 아빠'의 생활은 녹록치 않다. 1년에 1번 가족들 얼굴 보러가는 것도 부담이 될 정도다.

이번에 오 부장이 눈독을 들였던 항공권은 유류할증료 등 준세금을 포함해 139만원짜리 특가 상품. 지난해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인 7월초 230만원짜리 항공권을 구매했던 것에 비하면 90만원 이상 저렴했다. 오 부장은 "오는 9월 출발할 예정인데 일찍 서두르니 행운이 찾아왔다"고 동료들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항공료를 아낀 만큼 큰 아들 노트북을 새로 바꿔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하지만 특가 항공권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출발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귀국편 비행기 좌석이 확정되지 않아 3일마다 예약이 자동 취소됐다. 대기 상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수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희망고문'이었다.

오 부장은 할 수 없이 30여만원 더 비싼 170만원짜리 항공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인터넷 여행사측은 "항공사가 직접 판매하는 요금과 여행사가 이벤트로 내건 요금은 현실적으로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여행업계가 기본적으로 같은 시스템을 통해 항공권을 판매하는 만큼 우리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실제로 항공 대기예약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 여행사들이 판매를 촉진하려고 한정 수량만 싸게 내놓는 특가 이벤트 상품일수록 더 그렇다. 동일한 상품을 시기나 수요에 따라 다양한 금액으로 판매하는 항공권 특성상 선구매자가 취소를 해도 대기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때가 많아서다.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빨리 미련을 버리고 예약이 가능한 항공권을 잡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미끼로 내건 특가항공권이 당장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는 있다. 하지만 특가 상품권에 속아 여행 계획을 망쳤거나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항공료를 지불한 소비자들이 늘수록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무리한 판촉보다는 확실한 예약 시스템을 갖출 방안을 모색하도록 여행 업계의 자정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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