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끌리거나 혹은 떨리거나'-인도로 간 자유여행가가 찾은 서른 권의 책

여행을 할 때 시집이나 소설, 책 한 두 권을 가져가는 건 익숙한 광경이다. 책은 그렇게 여행의 길동무다. 하지만 책 서른 권은 좀 많지 않을까?
'끌리거나 혹은 떨리거나'는 인도 기행문이자 책 서른 권에 대한 서평이 담겨있는 책이다. 책이 제대로 길동무해 준 인도기행서평집.
'델리_내가 어쩌자고 인도에 왔단 말인가'라는 탄식으로 시작하는 기행문에는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과 장 그르니에의 '섬'이 동반한다.
푸른색으로 빛나는 브라마의 도시 '푸쉬카르'에서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후지와라 신야의 '인도방랑'이 함께 한다.
이렇게 책과 함께 저자는 인도의 카트만두, 코카라 룸비니 등 11개 도시를 지나간다. 책과 함께 했지만 좌충우돌 첫 인도 여행기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스라엘 여성에 수작(?) 걸기, 도시에서 만난 사두의 말장난에 속아 50루피를 뺏긴 사연 등. 전문 북칼럼니스트이지만 '자유여행자'다운 자세로 낯선 도시에 그저 빠져든다.
40대 끄트머리, 어쩌면 누구나 그렇듯 '지리멸멸'한 삶의 회의가 들기 시작할 때, 사표를 던지고 떠난 사람은 종종 있다. 다만 여행지에서 멋을 부릴 수 있는 옷가지를 빼내고, 그 자리에 책을 채웠다는 게 다르다.
저자는 "긴 휴가를 떠날 때가 되었다는 내 몸의 신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외친다. "보들레르처럼,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독자들에게 덤으로 준 것은 '여행 가서 읽기 좋은 서른 권의 책' 목록이다.
◇ 끌리거나 혹은 떨리거나=박일호 지음, 현자의 마을, 315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