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 남편과 시어머니가 미워 보인다면?

오늘 내 남편과 시어머니가 미워 보인다면?

한보경 어문연구팀 기자
2014.09.04 08:09

[Book]‘썩을년넘들’

‘시어미 죽으면 안방이 내 차지. 오래 살면 시어미 죽는 날도 있다. 모진 년의 시어미 밥내 맡고 들어온다. 저녁 굶은 시어미상.’ (한국)

‘시어머니 좋다 해도 땅에 묻힐 때가 더 좋다.’ (카탈로니아)

‘최고의 시어머니는 거위사육장에(묻혀) 있다.’ (독일)

‘남편의 어머니는 아내의 악마다.’ (네덜란드)

‘시어머니는 설탕으로 만들어도 쓰다.’ (몽골)

‘행복하게 결혼한 여자는 시어머니도 시누이도 없다.’ (칠레)

시쳇말로 ‘웃픈’ 이 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부’(시어머니와 며느리)간이 얼마나 힘든 관계인지를 보여준다. 요즘은 ‘장서’(장모와 사위) 관계도 힘들고 ‘부부’ 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썩을년넘들’의 저자는 걸쭉한 사투리로 일갈한다. ‘시상 사는 남자 여자들 별거 있간? 눈 씻고 찾아봐. 모다 그놈이 그놈이고 그년이 그년이여. 시방 내가 댈꼬 사는 서방(마누래)이 질이여! 갠한 헛소리, 씨잘대기 없는 욕심 부리지 말어. 써글년넘들아!’

국밥집 욕쟁이할머니에게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고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모락모락 김나는 국밥처럼 구성진 욕설에도 왜 결혼해서 그렇게 잘 살지 못하고 아웅다웅하는 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움과 따뜻한 시선이 드러나서다.

저자 말대로라면 이제부터 남편들은 거짓말쟁이가 돼야 할 듯하다. 아내는 이렇게 생각한다. ‘뻥치는 남편 말, 그래도 나는 좋다. 오늘, 당신이 더 이뽀 보이네? 당신이 고생 많아, 이 못난 남편 때문에. 와아~! 당신 해장국 때문에 내가 자꾸 술 먹나봐.’ 이 밖에 결혼으로 이어진 양가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한 가정이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을지를 저자는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그림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다. 우리나라 1세대 일러스트작가이자 23년간 동아일보 미술부장을 지낸 저자의 그림이 맛깔 난다. 지루하지 않게 책장이 넘어가는 건 이 때문이다.

오늘 내 남편(아내)이나 시어머니(장모), 며느리(사위)가 미워 보인다면 이 책 한번 읽어보자. 바쁜 일상이지만 구성진 시골 어머니 사투리와 함께 그림책 한 권의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썩을년넘들=강 춘 지음. 학마을 B&M 펴냄. 255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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