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

어릴 적 ‘미래를 상상해 그려보라’는 과학의 날 특별 숙제를 받으면 로봇, 초고층 빌딩, 자동화 시스템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것 같다.
19세기 작가가 본 22세기의 모습은 좀 달랐을까? ‘타임머신’, ‘우주 전쟁’의 원작자이자 공상과학(SF) 문학의 선구자인 하버트 조지 웰스는 소설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를 예측했다. 작가가 그려낸 ‘과거형 미래도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쩐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22세기 런던에는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고층 건물과 기계로 움직이는 도로, 전기와 수도 공급 시설이 연결된 120미터짜리 도시 성벽”이 등장한다. 점점 편리하고 윤택해져가는 시대에 돈이 없어 밥을 굶거나 실업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사라진다.
하지만 사회의 몸집이 불어날수록 인류의 일상은 피폐해져 간다. 한 예로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세계 시장을 장악한 독점 기업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한다. 극심한 빈부격차 속에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 계층은 무미건조한 생활을 이어가며 삶을 비관한다.
“누군가가 살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어야 해. 저 아래에서는 매일 그런 일이 벌어지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이런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죽는 수밖에 없을 거야.”
웰스가 예견한 우울한 앞날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시대의 모습과 닮았다. 이 책은 엇나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미래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단편집 안에는 ‘기적을 일으켰던 한 사람’, ‘마술 가게’, ‘별’도 수록됐다.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하버트 조지 웰스 지음, 초록달 펴냄, 280쪽/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