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도시민의 마음 어루만져줄 20편의 ‘환상소설’

차가운 도시민의 마음 어루만져줄 20편의 ‘환상소설’

양승희 기자
2014.11.11 09:05

[Book]‘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

낙엽이 지는 가을이다. 노란비가 쏟아져 내리는 거리를 걷고 있으면 ‘차가운 도시에도 자연을 느낄 시간이 조금은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던 1950, 60년대 사람들의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땠을까.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은 산업화 시대에 자연을 꿈꾸는 도시민들의 이야기를 환상적이고 우화적으로 그린 연작 단편 20편을 담은 책이다.

저자 이탈로 칼비노(1923-1985)는 쿠바 출신 작가로,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공산당에 가입해 나치 정권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에 참여했다. 1947년 레지스탕스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거미집으로 가는 오솔길’로 주목을 받은 뒤 ‘반쪼가리 자작’, ‘나무 위의 남작’ 등 환상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사회참여적인 작품을 발표했다.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은 아내와 여섯 아이를 거느린 가장 마르코발도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도시 반지하 단칸방이나 옥탑방에 거주하며 갖가지 노동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나가는 마르코발도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환경오염, 빈부격차, 가난 등으로 얼룩진 도시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책 안을 살펴보면 출근길에 버섯을 발견한 마르코발도가 배고픈 아이들에게 버섯을 먹일 생각에 마음이 부풀지만, 버섯에 눈독을 들인 다른 사람들 때문에 한바탕 경쟁을 벌이고 결국 그것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다는 웃지 못 할 사연(‘도시의 버섯’)이 나온다. 반지하 방에 지내던 아이들이 폐가 약해져 기침을 해대자 교외로 나가 바람을 쐬고 “여기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좋은 공기’)는 이야기도 있다.

이외에도 콘크리트 도시 속에 점점 살 곳을 잃어 가는 작은 동물들, 무분별한 세재 사용과 공장 폐수 유입으로 오염된 강물, 아무리 치워도 끝이 없는 도시의 함박눈 등을 통해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의 향수는 물론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까지 함께 보여준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칼비노 특유의 ‘환상성’이다. 안개 속을 헤매던 인물이 국제선 비행기를 버스로 착각해 타거나 화분에 담긴 화초가 며칠 만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식이다. 작가는 현실의 냉혹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는 대신 상상력을 통해 우화적 방식으로 에둘러 이야기한다.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콘크리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들풀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자연이 그리워지는 도시민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민음사 펴냄. 176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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