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럽 열광시킨 국악재즈 밴드 리더 허윤정…"즉흥성위해 프리재즈 도입"


“재즈의 혁신” “뿌리를 간직한 재즈의 진화” “이런 리듬은 처음 봤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재즈코리아 페스티벌 2014’ 개막 무대를 장식한 국악 재즈 밴드 모자이크코리아에 대한 현지 관객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 다음 날 열린, 이 그룹 중 멤버 4명으로 구성된 블랙스트링의 무대도 현지인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재즈와 민속음악의 결합이 새로운 눈요기 이벤트가 아닌, 청자의 가슴을 후벼파는 충격의 현장이라는 사실이 두 그룹의 공연으로 증명된 셈이다.
한국의 재즈를 한차원 끌어올린 주인공이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46)이다. 그는 올해 세계 각지 한국문화원의 해외 투어를 위해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 모자이크코리아를 이끌면서 전문 국악재즈밴드 블랙스트링의 리더다. 올해 상반기 아시아 투어에선 19명이 참가한 모자이크코리아를, 하반기 유럽 투어에선 9명의 모자이크코리아를 이끌었다. 좀 더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한 아시아 투어와는 달리, 유럽 공연에선 색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국악을 알리면서 예술성이 요구되는 유럽에 맞춘 음악적 테마를 위해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러려면 ‘이탈’을 해야했죠. 기존의 국악만으로 ‘우리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살짝 익히거나 굽거나 튀기는 방식을 통해 낯선 음악도 대중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선결 과제였어요.”
그렇게 구상을 마치고나니, 국악에선 ‘이탈의 흔적’이 여러 곳에서 분출됐다. 선율 악기인 해금이 리듬 악기로 변신하고, 거문고가 록 기타처럼 쓰이고, 장구가 계산이 아닌 본능에서 잉태한 리듬을 구사하는 등 다양한 변신이 속속 이어졌다.

“서양음악이 작곡가들이 만들어가는 곡조라면, 동양음악은 연주가들이 몸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끄집어내는 음악이에요. 그래서 연주자들에게 최소한의 멜로디와 리듬, 분위기만 갖고 스스로 느끼는 부분을 최대한 자유롭게 표현해달라고 요구했어요. 국악도 재즈 연주자도 모두 새로운 즉흥에 몰두할 수 밖에 없게 말이죠.”
허윤정은 원래 전통주의자다. 국악의 전통을 지키며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방에서 할 음악이 아니라면 공감 확대를 위해 서양의 음악적 어법을 들여와야했다. 그렇게 그는 국악을 서양 음악에 섞는 퓨전의 길을 꽤 오랫동안 시도해왔다.
독자들의 PICK!
“그렇게 수없이 섞어보니, ‘콩글리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따라만하다 우리의 독창성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죠. 그래서 완전히 제3의 언어로 다가갈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발견한 게 프리재즈나 아방가르드적 표현이었어요.”
다시 말하면, 거문고로 재즈를 할 수 없을 바에야 시작부터 틀 자체를 깨는 것이 필요했다. 국악의 정형성도 깨고, 서양 음악의 기존 문법을 파괴해서 시작부터 파격으로 다시 만나면 또다른 ‘무엇’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문법을 파괴하면 국악기가 서양악기보다 낼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이 더 많아요. 재즈 연주자들도 국악 연주자들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연주를 하는 것을 보고 큰 도전을 받고 있어요. 자유를 보장받으면 연주자의 절정의 기교들, 어디서 본 적 없는 창의적 연주들이 쏟아지는데 그걸 받아들일 땐 어려워도 감동은 쉬이 사라지지 않거든요.”
허윤정은 마당극을 처음 만든 아버지 허규(연극 연출가)의 영향으로, 어릴때부터 한국의 전통 문화를 몸소 체득해왔다. 퓨전 재즈를 해도 국악이 전면으로 나서 세계인의 입맛을 자극하지 못하면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세계적 음악가와 함께 공연을 해야 국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다”며 “국악이 어떤 존재로 거듭날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한국만 모르고, 세계는 아는 무한 가능성의 음악 장르 국악. 이 슬픈 진실속에서 그는 세계인의 환호를 기대하며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