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멜로디' 만날 준비 되셨나요?

'신의 멜로디' 만날 준비 되셨나요?

김형진 기자
2014.12.20 05:39

[Book]바람부는 날 클래식을 만나다…'러시아 유학 17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음악에세이

비오는 날 차 안에서 듣던 음악이 너무 좋아 주차를 하고도 내리지 못한 적이 없었는가. 카오디오를 타고 흐르는 뽀송뽀송한 그 느낌…. 분명 그걸 들은 건 귀인데, 세포 하나하나까지 찌릿찌릿해지는 것은 왜일까.

‘바람부는 날 클래식을 만나다(minimum 펴냄)’의 저자는 “음악이 듣는 것이면서 동시에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음악은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니다. 곡을 쓴 이와 그 곡을 감상하는 이는 음악을 통해 상대방의 삶과 ‘소통’한다.

사랑도 잃고 청력도 잃은 상태에서 너무나 희망적인 소나타 5번을 작곡한 베토벤. 시대가 바뀌어도 베토벤이 영원한 이유는 암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을 듣는 이유는 창밖에 천둥이 몰아쳐도 달콤한 프랑스 남부의 햇살 속으로 향하는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러시아에서 유학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후학을 지도하는 교수다. 이론과 실기로 무장된 ‘클래식 스페셜리스트’에겐 기본적으로 ‘음악 레시피’가 풍성하다. 그런데 책의 감동은 ‘음악 그 이상’이다.

이유는 ‘바이올린을 켜는 문학평론가’라는 저자의 독특한 감성에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음악이 문학과 영화를 수시로 만나고 음표들이 시구를 끌어안고 멋들어진 시를 토해낸다. 클래식은 저자의 깊은 감성과 재기발랄한 호기심을 타고 후대 세대와의 유쾌한 대화에 빠져든다.

저자가 17년이란 긴 세월을 보낸 러시아의 겨울 햇살은 절대 따뜻함을 줄 수 없는 ‘반쪽짜리’다. 아무리 밝아도 그 양만으로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 하지만 그 빛에는 “그래도 봄이 오고 있다”는 희망이 담겨있다.

책에 선명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클래식은 러시아 햇살과 같은 것일지 모른다. 저자가 ‘빗방울 소나타’라고 별명을 붙인 바흐의 소나타 4번이나 슬프면서도 투명한 아침이슬 같다고 표현한 글린카의 ‘종달새’, 그리고 끈적끈적한 겨울바람을 느끼게 해주는 피아졸라의 ‘사계’가 지구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답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희망이다. 그 희망은 인내와 소망의 바람을 일으키고, 듣는 이의 감정을 오선지 위에서 춤추게 만든다.

그렇게 굳게 믿는 저자는 매달 한 번씩 희망의 ‘현(絃)의 노래’를 부른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 광화문 KT 사옥 1층 홀에서 동생인 피아니스트 송세진과 함께 재능기부 나눔음악회(머니투데이와 함께하는 송원진 송세진의 '소리선물')를 연다. ‘러시아의 햇살’이 청각장애 아동들에게도 고루 비추길 기도하면서….

◇바람부는 날 클래식을 만나다송원진 지음, minimum 펴냄, 334쪽, 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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