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사기의 숲에서 사람을 배우다'

800여 명의 교수들이 매년 꼽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선정됐다. '나라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의미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 '무도'를 합친 표현이다. 각박해진 사회 분위기의 책임을 군주, 즉 지도자에게 되묻는 말이다.
3000년 중국 역사의 수많은 인물을 담은 '사기' 속 지도자들은 어땠을까.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지나친 자기 과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인물부터 온갖 수모를 겪고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승리를 거머쥔 인물까지 다양하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숱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자신의 뜻을 관철해 삶을 주도해나갔다는 점이다.
사기를 집필한 사마천부터 이 같은 면모를 갖췄다. 그는 남성의 기능을 제거하는 궁형을 받는 치욕을 견디며 '사기'를 탈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사람들은 궁형을 죽음만도 못한 것으로 여겼지만 그는 달랐다. 아버지 사마담의 유언을 좇아 '사기' 저술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악의 치욕을 감내한 것이다.
최초의 평민 출신 한나라 제1대 황제 유방이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는 점이 꼽힌다. 그가 각 분야 인재들을 모으고 그들의 지략을 적극 수용한 데는 자신의 부족한 기량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귀족 출신에 군사적 재능도 갖춘 항우는 경쟁자인 유방을 우습게 여기고 부하들을 통솔하지 못했다. 자만감과 정치적 미숙함으로 결국 다 잡은 천하를 유방에 내주고 말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인물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최대 난세였던 전국시대에 활약한 '소진'은 세치 혀로 진나라에 맞서 6국을 연합하는 이른바 '합종책'을 내세워 6국의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열국 간 치열한 각축이 벌어졌던 전국시대에 경제적 풍요를 활용, 강력한 상비군과 중앙집권적 관료 체제를 유지해 합종책을 가능하게 했다. 그의 책략은 열국을 진나라와 묶어 생존을 꾀했던 '연횡책'과 대비된다.
책은 그동안 130편, 54만 6500자의 분량으로 '사기'를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사람들을 위해 인물 16인만 따로 선별해 현대적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사기의 숲에서 사람을 배우다=신동준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320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