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7개 신념으로 본 철학

“무서운 것을 무섭지 않다고 하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진짜 용기다. 거대한 폭력에 맞설 용기, 유혹을 뿌리칠 용기, 적당히 타협하려는 내 안의 욕구를 깨뜨리는 용기는 이미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다. 용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진정한 용기는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헌신에서 나온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워털루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아서 웰링턴의 말을 좋아했다. 감옥을 밥 먹듯 드나들던 그에게 용기는 타고난 기질로 쉽게 ‘공인’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화장실도 혼자 가지 못하는, 형제 중에서도 가장 겁이 많았던 인물이다. 감옥에 갈 때마다 두렵고 떨렸지만, 감옥에 갈 일을 해야했다. 두렵지 않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나서야했다.
이 책은 ‘용기’로 시작해 ‘도전’과 ‘인내’를 거쳐 ‘평화’와 ‘감사’로 맺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7개 신념을 담은 우리 시대 마음의 길잡이다. 그의 원고 작업을 8년간 맡은 ‘김대중 전문가’인 저자가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가치를 돌아보자는 차원에서 정치 신념을 들여다봤다.
40살 초선 의원이던 시절, 김대중은 불법 정치자금을 폭로한 동료 의원을 구하기 위해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5시간 19분의 의사진행 발언에 나섰다. 당시 이 필리버스터는 세계 최장 기록으로 기네스에 올랐다.
남북정상회담과 노벨 평화상 수상 등의 훈장에 버팀목이 된 ‘정치 9단’의 본질은 ‘직업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저자는 김대중이 자기가 본 사람 중 직업 정신에 가장 투철한 인물이었다고 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의 소명은 모 아니면 도식의 파국의 관계가 아니라, 차선과 차악마저 감싸 안는 융통성과 배려에 대한 시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 감정을 앞세운 협상, 국민 복리를 무시한 당략을 경계했다.
2006년 서울대 강연에선 전쟁을 쉽게 결정하는 나이 든 사람들이 되레 전쟁에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고, 2007년 창작인 포럼에선 문화예술인은 간섭하면 죽는다며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치자에 대한 자기 검열도 엄격했다. 그는 맹자의 논지를 인용한 자리에서 “왕이 하늘로부터 위임받는 통치권을 잃게 되면 백성의 충성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백성이 첫째고 국가가 둘째며 왕이 그다음으로 백성을 하늘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김대중은 정치인을 이렇게 묘사했다. 심산유곡에 피어난 한 떨기 백합화가 아니라 더러운 시궁창에서 피어난 연꽃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모진 역경을 뚫고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인 뒤 마지막으로 기도만 남았을 때, 비로소 기적이 기적처럼 온다며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놓지 않았다.
사망의 골짜기에 떨어져도 내일을 설계한 그의 기적의 가치가 뜬구름처럼 들리지 않는 건 그가 온몸으로 받아낸 극단의 체험 때문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해석이 짜릿하게 들리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민주주의는 떼를 쓰고 악을 써서 쟁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가느다란 바람에도 흔들린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택근 지음. 메디치 펴냄. 214쪽/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