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모든 벽은 문이다'…인물화 대가가 풀어 쓴 초상화 작업기

오랜 기간 조선시대 전통 인물화 기법을 연구해온 동양화가가 있다. 일찍부터 현장과 현실에 바탕을 둔 수목운동에 참여해 독자적 회화세계를 일군 김호석이 그 주인공이다. '모든 벽은 문이다'는 수묵으로 인물을 그리는 김호석의 눈으로 본 선사들의 내면을 담았다.
저자는 성철 스님, 관응 스님, 법정 스님, 일타 스님 등 선사와 나눈 소중한 인연과 생전 모습을 글과 그림으로 엮었다.
저자는 성철 스님의 진영(眞影)을 그리던 사연부터 시작해 사람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다. 성철스님의 얼굴에 나타난 주름이 생활 속에서 자연히 형성된 것임을 깨닫는 과정이 흥미롭다.
저자는 성철 스님의 신장이 좋지 않았고, 얼굴은 푸석거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피부가 맑았다고 회고한다. 정신적 깊이가 얼굴의 빛으로 형상화되는 성철 스님의 피부 표현은 그의 과제이기도 했다.
저자는 눈에 보이는 형태와 함께 내면 정신세계까지 담아야 한다는 우리 전통 초상화의 '전신사조' 개념을 의식한다. 외형 너머 숨겨진 내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인물화는 외형뿐 아니라 성정과 정신세계, 나아가 인품을 그려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산을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인 성철 스님을 비롯해 책 속에 담긴 스님들의 내면을 포착하기 위한 노력이 생생히 담겨졌다. 저자 자신도 수행자처럼 암자에서 그림을 그리며 예술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기록됐다.
저자는 "사람을 그린다는 것, 그것도 일가를 이룬 분들을 만난다는 것은 보람이었고 늘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며 "그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했다"고 했다.
◇모든 벽은 문이다=김호석 지음. 선 펴냄. 236쪽/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