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악천후 불구 도교 성지 찾는 중국인…中 경기 둔화도 막지 못한 여행 열기

노파는 비를 맞으며 타이산(태산) 순례길에 올랐다. 올해 66세가 된 이 중국 할머니는 불편한 왼쪽 다리를 절면서 정상 부근 벽하사를 향했다. 벽하사는 타이산의 여신 벽하원군을 모시기 위해 세워진 도교 사당이다.
이 할머니는 지팡이도 없이, 평상복인 붉은 직물 재킷과 적갈색 바지를 비에 적신 채 산길을 걸었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38세 사업가 아들의 부축을 받아서다. 아들이 타이산의 소재지인 타이안에 거주하는 부모를 만나 함께 산을 오른 것. 얇은 점퍼 차림으로, 리씨 성을 가진 68세 남편도 다리가 불편한 아내 곁에 있다.
연중 평온한 기후라는 중국 타이산에 이례적인 비바람이 몰아닥친 9일. 타이산을 찾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아들은 "종종 부모님을 직접 찾아 뵙고 정성을 표하고 있다"라며 "오늘은 비바람이 강한데, 시간이 귀중하여 버스‧케이블카를 활용해 산을 함께 올라봤다"고 하산길 케이블카에서 말했다.
이날 타이산 천가(하늘거리)를 뒤덮은 운무로 한 치 앞도 가늠키 어려웠지만, 타이산에 대한 중국인들의 열망은 선명히 드러났다.
벽하사 부근인 서신문과 천가에 다음날 일출을 보기 위해 이불을 싸들고 찾아든 여성들이 보였다. 우산이 뒤집힐 정도의 바람에 맞서, 일생에 한 번 찾아봐야 한다는 명산을 기어이 오른 중국인들이다.
타이산은 중국 산둥성에 위치한 해발 1545m의 산이다. 한라산, 지리산은 물론 덕유산에 이르지는 못하는 높이지만, 중국에서 가장 신성한 산으로 통한다.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가파른 돌계단이 늘어선 이 산은 고대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 이래 제왕들이 봉선 의식을 거행했던 성지다.
관광객을 위해 산 중턱 중천문이나 도화원까지 버스가 운행되며, 케이블카로 산마루 남천문을 거쳐 정상 부근 옥황당까지 걸어 오를 수 있다. 중국 황제들이 유일하게 고개를 숙였다는 장소다.
홍문~남천문~정상까지 이어지는 9.5㎞ 산길, 7700여개 돌계단을 오를 수도 있다. 제왕들이 걸었던 길로 ‘어도(御道)’라 불리는 이 길은 중국의 성인인 공자가 이용한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비바람 뿐 아니라, 경기 둔화도 타이산을 비롯해 성지와 명소가 즐비한 산둥성의 매력을 꺾지 못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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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샘물'이란 별명이 붙은 산둥성 지난(제남)시의 '표돌천'은 월요일인 이날 중국인 관광객들로 즐비했다. 머리를 붉게 물들인 직장인 A씨(28·여)는"짜오좡(조장)시에서 차로 3시간을 운전해 표돌천을 찾는 하루 휴가를 즐기고 있다"고 했다.

한국인에게도 산둥성은 각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신라시대 장보고를 기린 사원인 적산법화원이 산둥성 웨이하이에 있다.
옌 시앙준 중국 산둥성여유국 여유시장개발처장은 이날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 산둥성의 인바운드(외국인의 중국 여행)‧아웃바운드(중국인의 외국 여행) 관광객 수가 모두 전년 대비 15% 쯤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만 외식을 즐기는 중국인들이 경기 둔화로 이전만큼 식당을 찾지 않는다는 말도 들린다. 250석 규모의 식당을 칭다오(청도)에서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경기 둔화로 3년 전과 비교해 손님 수가 약 3분의 1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한국 여행을 즐긴 후 귀국하는 중국인 대열과, 산둥의 매력을 만끽하기 위해 나선 한국 관광객들이 마주했다. 한중 합작선사인 위동항운이 인천-산둥성 칭다오(청도) 구간에서 운항하는 카페리, ‘뉴 골든 브릿지 V’가 그 무대다.
한밤 중 폭죽놀이는 17시간이라는 오랜 여정의 위안이 된다. 적막한 갑판 위에서 듣는 파도 소리를 듣는 것도 좀처럼 접해보기 힘든 경험이다. 여행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지금의 중국인들을 곁에서 보는 시간이다. 이처럼 긴 시간을 함께 지내면 없던 정도 생길 만하다.
옌 처장은 "산둥성은 물론, 중국 각 성의 관광 경기는 중국의 전반적 경기 둔화의 여파를 피해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