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류재준 “존경하는 지휘자가 자존심 건드려 곡 못 맡긴다고 했던 것. 사과한다”

[뉴스&팩트]류재준 “존경하는 지휘자가 자존심 건드려 곡 못 맡긴다고 했던 것. 사과한다”

김고금평 기자
2016.05.17 07:00

15일 그날 밤 무슨일이?…작곡가 류재준 VS 지휘자 구자범의 '자존심'으로 틀어진 사이

구자범 지휘자.
구자범 지휘자.

“제가 아끼고 존경하는 지휘자인데, 사태가 반목으로 치달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잠적’이라는 표현을 페이스북에 섣불리 올려 당사자를 당혹케 한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2016 서울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작곡가 류재준은 16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서로 자존심을 건드린 부분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3년 만에 복귀하는 지휘자 구자범은 서울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류 감독의 작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두 대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판타지’를 세계 초연하고 랑고르 교향곡 1번을 아시아 초연으로 올릴 예정이었다.

특출난 지휘자와 작곡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의 조우는 음악제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줄곧 화제였다. 특히 구자범 지휘자는 성희롱 누명을 쓰고 2013년 음악계를 떠나 3년 만에 중앙 무대로 복귀한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내 곡 고치겠다고 사람들 앞에서 무안줘서” VS “그렇다고 ‘잠적’ 운운은 섣부른 결정”

두 사람은 그러나 15일을 기점으로 갑자기 사이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날 발생한 ‘어떤 일’이 사건을 키운 셈이다. 류 감독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자범 잠적하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에 끝내 나타나지 않아 15일 리허설은 전격 취소됐다”며 “긴급 상황이라 대책회의를 통해 폴란드 지휘자 피오트로 보르코프스키로 대체한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건은 두서없이 확대됐다. 구 지휘자가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잠적했다거나 먼저 전화를 걸어 사퇴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구자범 지휘자 측은 “모든 내용이 사실무근이며 류 감독이 사퇴를 종용한 것이 이유”라며 반박했다.

류 감독이 선전포고로 먼저 내건 ‘잠적’에 대해 구 지휘자의 부지휘자인 임형섭은 단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토요일 랑고르 리허설이 끝난 뒤 류 작곡가가 구 지휘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곡을 지휘할 자격이 없어 곡을 맡길 수 없으니 지휘를 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들었다”며 “15일 리허설은 류 작곡가 곡만을 위해 준비된 시간인데, 어떻게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류 작곡가가 먼저 도와달라고 부탁한 일을 노개런티로 맡은 구 지휘자에겐 황당한 사건”이라며 “왜 구 지휘자가 ‘잠적’했다고 말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했다. 그는 “처음 구 지휘자가 내 작품을 고쳐야 한다며 수정 문제를 사람들 앞에서 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했다”며 “내 음악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왜 지휘를 하느냐고 따지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류 감독은 15일 다툼 이후 전화와 문자를 구 지휘자에게 100통이나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잠적’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류재준 “예술감독으로서 처신 반성”…세계 초연 프로그램 취소할 수도

구자범 지휘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언론도 류 감독의 일방적인 얘기만 듣고 기사를 썼다”며 “내가 전화해서 사퇴를 얘기한 것이 아니라, 류 감독이 전화해 지휘하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해서 나타나지 않은 것뿐”이라고 했다. 구 지휘자는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잠적’으로 단정 짓고 다른 지휘자를 구해놓은 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5일 리허설 이후 류 감독의 곡은 일주일 뒤에 리허설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의 해명할 시간이 있었다”며 “일기장에서나 할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올려 ‘잠적’ 운운한 것은 나를 죽이겠다는 작정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서울국제음악제를 힘겹게 끌어올려 여기까지 왔는데, 사소한 일로 내홍을 보여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정말 아끼고 존경하는 지휘자가 한 말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감정적으로 격해졌는데, 예술감독으로서 옳지 못한 처신임을 알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자신의 세계 초연 작품에 참여하는 100명이 넘는 단원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점을 의식해 이 프로그램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구자범 지휘자는 “언론의 정정 기사가 우선이고, 사과는 다음 문제”라며 일정하게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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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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