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계 질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외교 거장' 키신저의 답

새로운 세계 질서,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외교 거장' 키신저의 답

박다해 기자
2016.07.23 03:10

[따끈따끈 새책]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

세계적인 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가 지속 가능한 세계 질서를 고민하며 일생에 걸친 자신의 연구와 경험을 집대성했다. 책 '헨리 키신저의 세계질서'다.

키신저는 1969년 닉슨 행정부와 포드 행정부에서 대통령 안보보좌관 겸 국무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1977년 국무장관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미국의 외교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소련과의 데탕트를 주도했고 중국과의 관계 재개의 물꼬를 텄다. 파리 평화 협정을 이끌어 내 베트남전 종식에도 공헌했다.

그는 유럽과 이슬람 지역, 아시아, 미국과 중국의 어제와 오늘을 분석한다. 여기에 자신의 수많은 경험을 더해 세계 질서의 탄생과 변화,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실과 사상을 검토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 극단적인 이데올로기가 충돌하고 테러 등 폭력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한복판에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세계 질서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가'에 답하기 위해서다.

키신저는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각 국가·지역이 서로의 정책에 관여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흔하지만, 모두가 합의 가능한 '정의'나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부재하다고 지적한다. 정책에 관여하는 과정을 이끄는 원칙이나 한계선이 없고 최종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없어 오히려 긴장감과 갈등이 고조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유럽, 이슬람, 중국, 미국 등 세계질서를 구성해 온 큰 축이 각자 자신만을 중심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아직 진정한 의미의 세계질서가 존재한 적이 없다고 꼬집는다.

"우리 시대에 세계질서를 추구하려면 지금껏 대체로 독립적인 현실을 살아온 여러 사회의 인식들을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극복해야 할 미스터리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미스터리, 즉 다양한 역사적 경험과 가치를 어떻게 공통의 질서로 만들 수 있는가 이다." (19쪽)

특히 최근 '브렉시트'로 세계화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키신저는 '힘의 균형'과 '정당성'을 바탕으로 할 때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힘과 정당성 사이에서 절충하는 일이 바로 "정치 능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세계를 좌우하는 미국 국무장관 출신의 눈으로 한국전쟁, 테러, 베트남전 종전, 이란과의 핵 협상, 아랍의 봄 등의 역사적인 사건을 돌아보는 일은 흥미롭다.

그는 미국의 양면성과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은 21세기 세계질서의 진화과정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 다수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국에 겸허한 태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강대국들이 중요한 문제를 상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기구가 부재한 점도 꼬집는다. 유엔 안보리, G20, G8, APEC 등이 있지만 회의의 성격이나 각 회의가 개최되는 빈도수가 장기적인 전략을 다듬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강물은 항상 변하고 있다. 아무도 똑같은 강에 발을 담글 수 없다." 키신저는 역사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우리 시대의 목표는 전쟁의 참화를 억제하면서 그 균형상태를 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헨리 키신저 지음. 이현주 옮김. 민음사 펴냄. 460쪽/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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