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50년전 정책에서 해법 찾아야

부유층은 갈수록 부를 확대하고 중산층의 재산증식은 갈수록 제자리걸음이다. 영국이 유럽 연합을 탈퇴한 것도 중산층의 불만이 쌓인 결과고 이는 곧 이민 정책의 거부 등 단절의 형태로 이어졌다. 세계적으로 ‘경제 내셔널리즘’이 부상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상위 1% 부유층과 나머지 중·하위층의 대립과 단절로, 외부적으로는 국가의 보호주의로 치닫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며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한 로버트 라이시는 이 책에서 상위 1%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라이시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직업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더 확대하려는 대기업, 거대은행, 부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라이시는 80년 전 과거와 비교해 중산층이 축소되고 빈부 격차가 크게 벌어진 지금의 현상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1930년대 뉴딜 정책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정책 수행자들은 대기업과 월스트리트의 정치적 힘을 제한하는 한편, 노조·소기업·소액 투자자의 대항력을 확대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펼친 경제 정책은 경기 순환과 빈곤층 구제에 쏠려있었다. 정부는 세금을 부과하고 이전지출(실업수당이나 사회보장금처럼 정부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반대급부 없이 지급하는 것)을 지급하는 쪽으로 정책의 초점을 옮긴 것이다. 이 정책은 수십 년간 유효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 넘치는 중산층이 쏟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 지난 30여 년간 미국 경제는 두 배가량 성장했지만, 일반 근로자의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당시 대기업 CEO가 받는 급여는 평균적으로 일반 근로자의 20배 정도였지만, 지금은 200배를 훌쩍 넘는다. 그 시기에 전체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최상위 부유층이 차지한 소득은 미국인 전체 소득의 9~10%였지만, 지금은 20% 이상이다.
부가 상향 재분배되는 현상이 지금 선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193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정부가 중산층과 하위층에 내준 정치권력(대항세력)은 이제 기업계와 금융계라는 엘리트 집단으로 넘어갔다. 대기업의 CEO와 월스트리트 일류 트레이더는 자기 급여를 효과적으로 설정하고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장 규칙을 바꿔가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다.
그러는 사이, 일반 근로자의 급여는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항적 세력이 사라진 탓에 전혀 오르지 않는다. 근로 빈곤층과 비근로 부유층이 동시에 부상하면서 소득과 노력은 더 이상 관련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독자들의 PICK!
소득과 노력에 대한 관계의 공정성이 사라지는 순간, 구성원의 자발적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는 와해 되기 십상이다. 라이시는 이 점에 주목한다. 경제와 시장 규칙이 자신을 위해 작용하지 않는 현실에 직면한 일반 국민의 늘어나는 불안과 좌절은 치명적인 민족주의 운동과 인종차별주의, 반이민주의 정서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라이시는 행동주의 정부를 세워 부유층에 부과하는 세금을 인상하고 국민이 잘사는 데 필요한 우수 학교 확충에 투자하고 빈곤층에게 부를 재분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라이시는 “그러려면 대항적 세력이 새로 탄생해서 경제 성장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지 못한 대다수의 경제적 이해당사자를 연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미국의 최대 정치적 분열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가 아니라, 대기업 등 부유 자본가와 대다수 국민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라이시는 내다봤다.
이런 수순을 뒤집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게임의 규칙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이 조직을 형성하고 통합해서 50년 전 경제 번영을 확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대항적 세력을 다시 결성하는 것이다.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한국도 미국의 전철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라이시의 예측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결코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닌 셈이다. 부유층이 빈곤층을 서서히 합법적으로 강탈하는 사유재산의 침해가 이미 우리에게도 진행된 것이 아닐까.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펴냄. 328쪽/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