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자가 격리자들은 왜 골프를 치러 갔을까

'메르스' 자가 격리자들은 왜 골프를 치러 갔을까

박다해 기자
2016.09.23 07:58

[따끈따끈 새책]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 '프레임', 10주년 개정증보판 출간

지난해 메르스(MERS)가 발생했을 때, 격리 명령을 받은 사람들의 주거지 무단이탈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자가 격리 통지를 받고도 골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혹은 가족을 만나야 한다는 이유로 주거지를 이탈해 보건당국과 경찰의 애를 태웠다. 그들은 왜 자가 격리 명령을 어겼을까.

'프레임'의 개념을 국내에 본격 소개한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들이 "자신이 타인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메르스 당시 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도 "나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란 이유보단 "타인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란 이유라고 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최 교수는 사람들의 이 같은 사고가 "우리 자신도 타인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하나의 상황"이란 프레임이 결여 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상황을 판단하고 특정한 행동을 결정하는 맥락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무엇은 보는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모든 과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 특정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프레임은 어떤 개념이며 우리가 어떤 프레임 속에서 살고 있는지 소개한 책 '프레임'이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됐다. 저자인 최 교수는 시대 변화에 맞춰 새롭고 다양한 사례와 연구결과를 충실히 반영했다.

이번 개정판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앞서 메르스 사태에서 나타난 '내가 상황이다' 프레임이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타인의 힘에 대해서는 민감하지만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나의 힘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둔감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타인의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이 정작 나 자신일 때에도 우리는 "원래 저 사람은 저래"라는 생각의 함정에 빠진다. 저자는 "내가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프레임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더 나은 나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지혜와 자기 성찰의 완성은 타인에게 미치는 나의 영향력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사람 프레임'은 불필요하게 서로를 비난하거나 개인의 책임을 과도하게 묻는 실수를 범하게 만든다. 이 프레임을 남용하게 되면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소수의 문제적 인간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해결책을 찾는다.

반면 사람의 힘에 대한 통찰없이 '상황 프레임'을 남용하게 되면 인간을 수동적 존재로 보고 문제개선이 전적으로 개인의 외부에 있다는 운명론적 시각을 갖기 쉽다. 인간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바로 이 두 프레임을 균형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책은 우리의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가 프레임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을 증명하고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어떤 프레임을 통해 세상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삶으로부터 얻어내는 결과물들이 결정적으로 달라진다"며 "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건축가가 최상의 전망을 얻을 수 있는 곳에 창을 내려고 고심하듯, 삶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을 향유하기 위해 어떤 프레임을 설계할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그 고민을 도와줄 것이다.

◇프레임=최인철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08쪽/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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