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고뭉치 재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트럼프를 읽다

무엇이 '사고뭉치 재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나…트럼프를 읽다

박다해 기자
2016.11.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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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과 신드롬, 인간 트럼프를 만날 수 있는 책들

'설마'가 현실이 됐다. 미국은 워싱턴 정가에서 30년 가까이 경력을 쌓아온 힐러리 클린턴 대신 막말과 돌출행동을 일삼은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를 45대 대통령으로 택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이 그랬듯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는 백인 유권자들의 욕망을 파고들었다. "공화당 지도부 없이도 11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던 장담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읽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내다볼 수 있는 교과서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출간된'불구가 된 미국'이다. 트럼프가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를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책 비전을 담아낸 일종의 '출사표'기도 하다. 책의 표지엔 불만에 가득찬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찡그린 트럼프가 있다. "더는 우리의 위대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는 그가 "절름거리는 미국"을 향해 경고를 보내는 듯 하다.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과 주류 언론을 비판하며 이민과 외교정책, 교육과 의료보험, 기후변화와 에너지정책에 대해 자신의 소신을 풀어놓는다. 세율 조정방안을 제시하고 인프라 재건을 강조하는 등 그가 그린 정책의 기본 틀을 엿볼 수 있다.

충격은 일시적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적어도 4년 동안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한국계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3선 연방의원을 지낸 김창준의 책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에 주목하는 이유다. 공화당 의원으로 활동한 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미국 사회와 정치, 의회와 정책결정방향, 시스템 등을 토대로 이번 대선 결과가 세계 정치사회의 판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진단한다. 트럼프가 바라보는 북한과 중국, 그가 불러올 '신고립주의'정책을 들여다보며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은 한국 정치권에 쓴소리를 던진다.

◇ '또라이'트럼프는 어떻게 신드롬을 만들었나…'트럼프 현상'을 읽다

미국 주류 언론과 지식인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IT기업인들도 트럼프에 등을 돌렸다.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도 그를 지지하지 않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승승장구했다. 이 거대한 트럼프 현상은 어디에서 비롯됐으며 왜 만들어졌을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책'도널드 트럼프'에서 트럼프 현상이 '정치의 죽음'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정치 냉소와 혐오가 극에 달해있는데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정도로 여기는 미국인들에게 기성 정치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트럼프는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강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미 그 자체로 40년 동안 '메가셀러브리티'의 지위를 누려온 그는 SNS와 인터넷으로 유권자들과 '직거래'를 하며 힐러리 공개지지를 선언했던 수많은 기성 언론에 '한 방' 먹일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철학자 애런 제임스는 저서'또라이트럼프'에서 미국 정치체제에 '철면피 자본주의'가 만연해있는 점이 트럼프 현상의 원인이자 시발점이라고 본다. 기존 정치체제에 이미 철면피들이 득실거린다면 이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기 위해 더 뻔뻔하고 얼굴이 두꺼운 철면피를 데려와야한다는 인식이 미국 국민들에게 깔려있다는 것. 트럼프야말로 강력한 통치를 통해 질서를 회복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줬단 설명이다. 그는 루소, 프로이트, 플라톤, 홉스 등 정치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트럼프의 행보를 분석한다.

한국계 미국변호사 장준환씨는 트럼프 대통령보다'트럼프신드롬'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여성, 이민자, 소수인종 등 사회의 비주류를 적으로 돌린 뒤 그들을 격리할 때 미국의 '주류'인 백인들이 박탈당한 권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 논리는 오랫동안 억눌렸던 미국인들의 피해의식과 만나며 정치적 정당성을 얻었다. 그는 혐오와 배제를 바탕으로 한 트럼프신드롬이 가치와 올바름을 조롱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 'CEO트럼프'에서 '인간 트럼프'를 읽다

독일 출신 이민자 아들인 트럼프는 어떻게 부동산 재벌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CEO 트럼프, 성공을 품다'는 부자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물려받은 재산 없이 맨손으로 시작해 부동산 업계의 전설이 된 사연을 트럼프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담았다. 그는 1970년대 뉴욕 맨해튼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시작해 34세 때 돈방석에 앉고 카지노 호텔업계에 진출해 41세에 수십억 달러의 자산을 번다. 1980년대 말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면서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채무에 허덕이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한다.

"일을 사랑할 것, 위험을 무릅쓰고 실행할 것, 나무가 아닌 숲을 보지만 숲이 변할 것에 대비할 것, 가장 중요한 목표에 집중할 것, 문제를 예상하고 전진할 것" 등 그의 가치관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비즈니스 부문의 고전으로 꼽히는 그의 첫 회고록'거래의 기술'역시 맨얼굴의 트럼프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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