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

호메로스의 두 장편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서양, 특히 유럽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출발점이자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작품이다. 하지만 정작 호메로스에 대해선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두 작품이 서양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스와 거리가 먼 한국에서라면 더더욱 공감하기도, 접하기도 어렵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호메로스를 둘러싼 작가 애덤 니컬슨의 여정을 담았다.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추적하면서 두 서사시가 어떤 세계관을 담고 있는지, 또 그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돼 서양 문화와 정신의 토대를 구축했는지 장대한 역사를 굽어본다.
그는 우연히 읽은 '오디세이아'에서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가 운명의 냉혹함과 인간의 나약함에 대해 그 어떤 책보다 깊이 있는 진실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10여년간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온갖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그의 자취가 남아있는 유럽 전역을 탐사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일리아스'는 트로이에서 일어난 전쟁과 좌절, 궁극적으로는 화해를 보여주고 '오디세이아'는 유연성과 통합을 보여주고 있다"며 "호메로스의 시는 복잡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었던 당시 그리스 정신의 기원을 이야기하는 신화"라고 한다. 그리스인이 자신들을 규정한 사고방식, 그리스인을 그리스인답게 만든 정신적 틀의 탄생설화이며 그 정신적 틀을 유럽인들이 여러 면에서 물려받았다는 설명이다.
거대한 그리스 서사시에서 작가는 인간의 두려움과 욕망, 어리석음을 발견한다.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의 모습도 담겨있다. 도전에 직면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영웅 둘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우리는 권위에 굴복해야 하는 걸까 등 수많은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실체를 보여주지만 정작 답을 주진 않는다. 단지 '서사시'라는 형태의 극 속에서 현실을 보여줄 뿐이다.
호메로스의 작품을 둘러싼 오역과 번역의 역사부터 그의 작품이 유럽에 전파된 과정, 호메로스 작품 속 상징의 의미와 거장들에게 영향을 끼친 그의 자취까지 책은 서양 정신의 근원이 된 호메로스를 광범위하게 살펴본다. 저자는 자신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며 "그는 그리스인이 아니다.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라고 했다. 고대 아테네인의 백과사전과 같은 역할을 한 이야기가 21세기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그의 발걸음을 좇다 보면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애덤 니컬슨 지음. 정혜윤 옮김. 세종서적 펴냄. 488쪽/1만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