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무도 아닌' 사람들이다

우리는 모두 '아무도 아닌' 사람들이다

김유진 기자
2016.12.10 05:25

[따끈따끈 새책] '아무도 아닌'…"인간 삶에 도사리고 있는 유령적 순간"

"이렇게 시작되어서 앞으로도 이 아이는 지독한 일들을 겪게 되겠지.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다. 거듭 상처를 받아가며 차츰 무심하고 침착한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149쪽)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회적, 역사적인 그늘에 몸을 담그고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고 평가받는 소설가 황정은. 그가 세 번째 소설집을 펴냈다. '아무도 아닌'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 책은, 망망대해에 홀로 남겨진 쓸쓸한 인간의 그림자를 그려 온 소설가의 세계를 닮은 일러스트 표지를 입고 출간됐다.

2012년 봄부터 지난해 가을까지, 작가가 문예지 등에 발표한 8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이 소설집에서는 최근 5년 동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시대적인 상황을 밀도 있게 반영한 흔적이 엿보인다. "시골에서 살면 좀 나을까 싶어서" 엄마를 따라 남의 고추밭 수확일을 하러 시골을 방문한 계약직 남성의 쓸쓸한 외침이 그렇다.

옷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다 '학생'이 아닌 '아가씨'라 불리고 부끄러워 눈물이 고였다는 여고생도, 금융권의 도급으로 연체금 독촉 전화상담을 하며 '사람이 싫어졌다'고 말하는 여자도, 어린아이를 사고로 잃은 뒤 한참이 지나 떠난 유럽 여행에서 그동안의 묵은 감정을 드러내는 노부부도 등장한다.

이 인물들은 지극히도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동시에 사람들이 삶에서 잘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끄집어낸다. 낭비 없는, 필요한 자리에 적절히 배치된 문장들은 평범한 그들을 해체한 뒤 사회적인 맥락과 연결한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유머도, 트렌디한 소재 하나 없이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신파 어린 이야기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 또한 황 작가의 장점이다. "이 작가는, 마치 어떤 맹수가 먹잇감을 점찍고 한참을 노려보다가 단 한 번의 돌진으로 대상을 정확히 가격하여 쓰러뜨리듯이 쓴다."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평처럼, 그의 글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확하게 가격한다.

◇아무도 아닌=황정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216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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