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존엄한 죽음'과 '노년 예술 수업'
#빨간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와 행복한 6개월을 보낸 남자는 죽기로 결심한다. 남자는 사랑에 빠졌지만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기 이전의 영광스런 삶을 잊을 수 없다. 결국 그는 존엄사를 택한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소설이자 영화 '미 비포 유'(Me Before You)의 줄거리다
인간수명 연장과 고령화로 삶과 죽음의 형태가 달라졌다. 한국은 올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00세 넘은 노인의 장수 비결은 더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이제는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애매모호하다. 길어진 삶을 잘 살아내고 마무리하는 법은 뭘까.
연장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은퇴 전과 다름없이 하루를 분초로 쪼개 바쁘게 살아간다. 택배 등 소일거리를 하기도 하고, 만학도가 되기도 한다. 반면 누군가는 호흡기와 주사바늘에 의지해 삶을 '연장'해나간다.

'존엄한 죽음'과 '노년 예술 수업'은 각자 죽음과 삶에 집중하는, 그래서 결이 매우 다른 책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살 때까지 사는 삶', 말하자면 질 높은 삶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두 책의 저자는 호스피스 병동과 노인 예술 수업 현장을 누비며 '웰다잉'(존엄사)과 예술교육을 통한 노인층의 재사회화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존엄한 죽음'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서다. 중앙일보 편집국장·논설고문을 지낸 저자 최철주씨는 딸과 부인을 모두 암으로 잃었다. 2005년 국립암센터가 주관하는 호스피스 아카데미 고위과정을 수료하고 웰다잉 전문가가 됐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살 때까지 살 것인가, 죽을 때까지 살 것인가?"라는 새로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평소 그는 웰빙과 웰다잉의 관계에 대해 “두 가지는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 웰빙 안에 웰다잉이 존재한다”는 말을 주변에 자주 한다.
우리사회에서 '존엄사'는 아직까지 생소하고 거북한 단어다. 종교적, 윤리적 가치판단이 개입하는 문제인 만큼 이를 둘러싼 여론도 첨예하다. 대법원에서도 2009년 판결에서 '연명치료 중단' 대신 '존엄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존엄사를 허용할 경우 작은 시련에도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존엄사는 머지않아 맞닥뜨릴 선택의 문제다. 2009년 첫 존엄사 인정 판례인 '김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논의를 거듭한 끝에 2018년 2월부터 웰다잉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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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내가 살 때까지만 살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내 자유와 행복을 위해서다"라며 "삶의 마지막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가 나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하다. 내가 생각해온 웰빙은 그 정점에서 막이 내려지길 바란다. 편안한 죽음이야말로 가족에게 넘겨줄 행복한 유산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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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예술 수업'의 고영직, 안태호 작가는 기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예술교육을 통한 노인층의 재사회화 필요성을 강조한다. '잘 노는 노년의 삶과 문화는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다양한 노년 예술 수업 현장 속 목소리를 직접 청취해 기록했다.
저자는 은퇴 후 단계로의 대전환을 '서커스 공중그네 타기'에 비유한다. '할매표 막춤'으로 세계를 홀린 안은미컴퍼니를 비롯해 평균 연령 73세 만화 동아리 '누나쓰', 전주 효자문화의집 '북북 동아리', 동대문문화원 '왕언니클럽' 등의 왕성한 활약상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올 것이다.
◇존엄한 죽음=최철주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48쪽/1만5000원
◇노년 예술 수업=고영직·안태호 지음. 서해문집 펴냄. 272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