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역사 반복…명성황후 홀린 왕자급 무당

'비선실세'역사 반복…명성황후 홀린 왕자급 무당

구유나 기자
2017.02.25 05:02

[따끈따끈 새책] '조선을 홀린 무당 진령군'…나라가 망하는 데는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

비선실세로 인한 국정농단 사태는 또 다시 반복됐다. 21세기에 최순실이 있었다면 19세기 말 조선에는 '진령군'이 있었다. 명성황후의 총애 속에 조선 역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자급 '군(君)'호를 받은 무당이다.

1882년 임오군란 때 민비(명성황후)는 시민군을 피해 충주로 도주한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민비 앞에 한 무당이 나타난다. 무당은 '신령'의 인도 하에 민비가 조만간 환궁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기 위해 왔노라 말한다. 8월 초하루, 환궁일을 정확히 맞춘 무당은 이때부터 민비의 그림자가 된다.

이후 왕실에서는 굿판이 끊이질 않았다. 진령군이 모시는 신을 위한 사당도 새로 세워졌다. 진령군과 연을 맺기 위해 탐관오리들은 북관묘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수염 하얀 중신들은 진령군을 '누님' 또는 '어머니'라 부르며 따랐다. 목숨을 걸고 시국을 우려한 충신들은 대부분 귀양을 가거나 허무하게 스러졌다.

"신이 억만 백성의 입을 대신해 자세히 아룁니다. 정사를 전횡하고 임금의 총명을 가리며, 신령의 힘을 빙자해 임금을 현혹시키고 기도한다는 구실로 재물을 축내며 요직을 차지하고 농간을 부린 요사스러운 무당에 대해 온 세상 사람들이 그의 살점을 씹어 먹으려고 합니다."(1894년 7월 5일 지석영의 상소)

이 책은 무당 진령군의 이야기를 다루는 동시에 19세기 말 조선의 위태롭고 부패한 실태를 조망한다. 저자는 조선 역사상 가장 중요했고 한심했던 시기에 진령군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역사는 두 번 이상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조선을 홀린 무당 진령군=배상열 지음. 추수밭 펴냄. 264쪽/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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