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새책] 0.1밀리미터의 혁신…5년 안에 50배 성장한 발뮤다 디자인의 비밀

2009년, 도산 위기에 놓인 '발뮤다 디자인'을 일으켜 세운 건 35만원짜리 선풍기 '그린팬'이었다. 일반적인 선풍기보다 7배 비싼 가격이었지만 날개 돋힌듯 팔렸다. 줄곧 답보 상태였던 선풍기 시장을 뒤흔든 일대 사건이었다.
발뮤다 선풍기는 무엇이 특별했을까. 테라오 겐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마침 2009년은 지구 온난화와 재생 에너지가 화두로 떠오르던 때였다. 그는 냉난방 방식의 혁신이 있다면 큰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초절전, 초미풍 설정이 가능한 선풍기 '그린팬'이 탄생했다. 특히 잦은 지진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두려워하는 일본인들은 앞다퉈 제품을 사갔다.
'그린팬' 출시 이후 행보에서는 '디자인'의 중요성도 함께 떠올랐다. 겐 대표는 전문가에게 제품 디자인 권한을 위임했다. 그랬더니 '디자인 검수'는 더욱 깐깐해졌다. 공기청정기 '에어엔진' 개발 때는 눈에 가장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 LED 불빛을 구현하기 위해 0.1밀리미터 단위로 플라스틱 두께를 조절하며 실험했다. '그린팬 미니'를 만들 때는 제품이 사용자의 피부에 닿을 일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보이지도 않는 제품의 밑바닥 면까지 코팅해 부드러운 촉감을 극대화했다.
"상자를 열고 제품을 조립할 때 느껴지는 사소한 촉감의 차이가 브랜드 충성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때문에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 되도록 많은 감동을 전할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29쪽)
아주 사소한 디자인을 위해 추가 비용을 지출하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 그래서 마케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실제로 발뮤다는 설립 후 11년이 지날 때까지 신문에 광고를 낸 적이 없다. 대신 언론의 주목을 끌어 제품을 기사화하거나 방송에 노출시키는 퍼블리시티 홍보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방식에 한계를 느끼고 2014년 처음으로 매출의 2%를 광고비로 책정하고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제품의 질을 우선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정말 좋은 제품을 만들면 돈 내고 광고하지 않아도 미디어가 알아서 소개해주더라고요. 그러니 굳이 광고비를 들일 필요가 있나요? 대신 그만큼을 제품 개발에 투자하는 편이 낫지요."(149쪽)
◇0.1밀리미터의 혁신=모리야마 히사코 지음. 김윤경 옮김. 다산4.0 펴냄. 264쪽/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