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줄리아 쇼 '몹쓸 기억력'

2015년, 한 사진 속 원피스 색깔을 두고 전 세계 소셜미디어(SNS)에서 '흰금'이냐 '파검'이냐는 논쟁이 불거졌다. 누군가는 흰색 바탕에 금색 레이스가 달린 옷이라 했고, 어떤 이는 검정 바탕에 파란 레이스가 달린 옷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논문만 3편 이상 발표됐을 정도로 학계에서도 '색깔 논쟁'에 관심이 컸다.
책 '몹쓸 기억력'의 저자 줄리아 쇼는 원피스 색깔 논란도 우리의 기억과 관계돼있다고 말한다. 색깔 논쟁이 불거진 것은 '색채 항상성'이란 지각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통 조명이 달라져도 색채 항상성을 이용해 사물의 '진짜' 색을 자각할 수 있는데 이 사진은 그 판단 기준이 애매하다는 것.
저자는 바로 그 '색채 항상성'과 같은 지각 능력이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을 '기억'하기 때문에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엄청나게 쌓인 기억들이 우리에게 사물들이 어떤 모습인지, 주어진 정황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심리학 박사이자 범죄학 교수인 저자는 책을 통해 기억의 작동원리를 설명한다. 주요 실험 결과들을 토대로 우리가 확실하다고 여기는 기억이 사실은 얼마나 불완전하며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것인지 폭로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의 오류 가능성'을 인지함으로써 더욱 신중하고 비판적인 태도로 정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억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유연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억의 결함을 이해하는 건, 과거에 집착하는 마음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몹쓸 기억력=줄리아 쇼 지음. 이영아 옮김. 현암사 펴냄. 352쪽/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