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놓고 추리소설' 도진기 "'욕망의 민낯' 담을것"

'판결문 놓고 추리소설' 도진기 "'욕망의 민낯' 담을것"

박다해 기자
2017.06.10 07:54

[따끈따끈 새책] 부장판사로 2월 퇴직 도진기 첫 소설집 '악마의 증명' 출간

판사 출신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가 최근 첫소설집 '악마의 증명'을 펴냈다. /사진제공=본인
판사 출신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가 최근 첫소설집 '악마의 증명'을 펴냈다. /사진제공=본인

섬뜩하다. 작가 도진기의 첫 소설집 '악마의 증명'은 밀실 살인부터 환각 현상, 정신의 윤회까지 다루며 추리소설과 환상문학을 아우른다. 데뷔작 '선택'부터 최신작, 미발표작까지 총 8편이 담겼다.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올해 2월 법복을 벗은 그는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로 퇴직할 때까지 20여년을 판사로 지내왔다. 소설가로 늦깎이 데뷔를 한 것도 현직 판사일 때다. 2010년 단편소설 '선택'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주중엔 판사로, 주말엔 작가로 '투 잡'을 뛰면서 장편소설 8편을 발표했다. 2014년엔 '유다의 별'로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받았다.

"제 기질에 극단적인 양면이 있어요. 하나는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만 하는 '책상물림'형 기질이고 그 대척점엔 자유로운 호기심을 펼치고 싶은 기질도 있죠. 두 이질적인 기질이 추리소설을 쓸 때 잘 융합되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쓸 땐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실제로 맡았던 사건을 소재로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또 하나는 사소한 점이라도 적당히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지켜본 재판에서 소재를 따오지 않는 건 우선 직업 윤리 때문이다. 그는 오히려 실제 사건과 비슷한 캐릭터가 나올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추리소설의 특성상 현실보다 소설 속 사건이 더 복잡다단하고 기묘하단 이유도 있다.

다만 그는 여러 재판을 보면서 인간 군상의 민낯을 본 것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재판에선 포장을 걷어낸 욕망의 본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죠. 이런 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오히려 포장을 그럴 듯하게 잘 하는 사람을 안 믿게 되더라고요. '욕망의 민낯'을 바라본 경험이나 통찰은 작품에 많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촘촘한 논리가 필요한 판결문을 오래 써왔던 덕일까. 그는 추리소설 역시 "치밀한 논리가 필요한 작업"이라며 "개연성이 떨어지는데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고도 했다.

그는 히가시노 게이고, 시마다 소지,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추리소설계 거장의 걸작에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특히 이번 소설집 중 절반 정도는 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추리와 오컬트적인 요소를 결합했다. 단편 '죽음이 갈라놓을 때'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월 과감히 공직을 떠나 변호사가 됐다. 전보다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오히려 불규칙한 일정 탓에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다. "변호사 업무에 적응이 될 때까진 본업에 충실해야죠. 의뢰인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추리소설은 계속 써 나갈거예요. 덕분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거든요."

◇악마의 증명=도진기 지음. 비채 펴냄. 532쪽/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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