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사진속 이한열과 우상호…그들의 꿈

박물관 사진속 이한열과 우상호…그들의 꿈

배성민 기자
2017.07.08 05:46

[팔진도]6월 항쟁 30년 '민이 주인되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전시회 둘러보니

# 30년 전이나 올해나 6월은 뜨거웠다. 6월 항쟁과 6.29선언이 있었던 1987년 6월과 30년의 간극이 있는 2017년 6월 말이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했던 30년 전처럼은 아니었지만 올해 6월도 지난해 촛불집회와 올해 5월 대선, 새 정부 출범 등을 거치며 변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야말로 달아올랐다.

6월의 기념공간인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분주했다. 민주화 30년이라는 화두로 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말하다’ 기념학술대회와 사진전이 열렸고 이어서 27일에 ‘민(民)이 주(主)인되다’ 특별기획전시(이상 역사박물관), 28일에 ‘6.29 민주화 선언과 한국 민주주의’ 기념학술대회(프레스센터)가 연거푸 열렸다. 6월 항쟁과 6.29선언을 두고 기념행사의 중심이 무엇이냐는 설전도 벌어졌었다.

특별전시 1주일을 맞는 지난 4일 박물관을 찬찬히 둘러봤다. 광장의 열기는 오간데 없고 관람객도 드문드문해 ‘민주주의는 공기다’라는 누군가의 방명록이 그야말로 실감났다. 목재 가설물 형태인 전시 공간 입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민주화를 연상시켰다.

6월 항쟁을 상징하는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를 추모하는 공간에는 핏자국이 묻은 옷과 항쟁의 상징이 된 판화와 걸개그림(최루탄 상처 때문에 정신을 잃은 이한열과 부축하는 동료학생)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이한열 군의 영정을 들고 있는 학우 사진'(1987년7월7일). 사진 속 대학생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이한열 군의 영정을 들고 있는 학우 사진'(1987년7월7일). 사진 속 대학생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눈길을 끄는 것은 한 장의 흑백사진. 눈을 감은채 이한열 영정사진을 들고 있는 사진(‘이한열 군의 영정을 들고 있는 학우’(1987년 7월7일)) 속 얼굴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국회의원)였다. 우 의원은 당시 연대 총학생회장이었고 그뒤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정치권에 발을 담갔다. 학생운동 출신의 대표성을 인정받은 그는 대변인 등 중책을 거푸 맡은 끝에 3선의 중진이 됐고 원내대표로까지 올라섰다. 차분한 눈매의 영정 속 이한열과 눈감은 우상호, 30년 뒤인 현재 그들의 꿈은 얼마만큼 맞닿아있을까.

# 전시공간에 지난해의 촛불과 30년간의 극복과제였던 독재는 철저히 배제돼 금기어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유신 이후의 박정희나 전두환 정부에 대한 언급에서도 '독재'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고 '권위주의 정권'이 대체어로 쓰였다.

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그림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집회가 아니었다. 2002년 당시 한.일 월드컵 응원장면이었다. 촛불이 없지는 않았는데 전시관을 빠져나오는 출구의 대형 사진 정도였다.

근대 이전 박물관(museum)은 본래 귀족이나 부호, 군인 등이 보물이나 전리품 등을 수장 전시하여 권세를 과시하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로 자국이나 민족의 위치를 부여하는 공공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현재의 박물관은 어디쯤 단계일지 갸웃거리고 있을 때 마음을 어루만지려는 듯 시가 눈에 띄었다.

30년의 온갖 풍경을 담은 사진 속에는 한 시인의 ‘행복’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독재를 비판하기도 했던 시인은 그뒤 야당 국회의원이 됐고 낙선 뒤에는 여야를 넘나들어 훼절 시비가 있기도 했다. 지난 30년의 시인으로 기형도나 박노해까지는 아니더라도 정호승, 곽재구, 황지우, 안도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이 스칠때쯤 계단을 내려왔다.

야외 사진전 한켠에 ‘농무’의 시인 신경림의 시('그 유월의 함성, 그 유월의 어깨동무로')가 눈에 밟혔다. "이 땅의 햇빛이 이렇게 밝다는 것을/ 바람에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난다는 것을/ 나무도 풀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것을." 무심한 행인들을 내리쬐는 7월의 햇빛도 밝디 밝았다.

배성민 문화부장
배성민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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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민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배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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