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안다리걸기]79. 산을 가리키는 우리말

인터넷을 하다가 컴퓨터 자판으로 '山'을 만들기 위해 '산'을 치고 한자 키를 눌렀습니다. 두 번째에 '山 뫼 산'이 나오네요. 어색함 없이 2번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최근 '메 산'이라고 쓰는 게 맞다는 글을 우연히 봤습니다. 수십 년간 의심 없이 써온 것이 틀린 게 될 상황인데요.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을 보니 '뫼(03)'를 '산의 방언(평안)'으로 설명합니다. 그리고 '메(03)'는 '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메'가 표준어로서 맞다는 건데요. 단, 국립국어원은 "한자 부수로서의 山은 이미 입에 굳어져 '뫼산'이라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어사전에는 한자 부수도 나오는데 붙여쓰기 한 '뫼산'이 나옵니다. 좀 어정쩡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메'가 맞다니 당황스러운데요.(사전에서는 산의 옛말을 '묗'으로 제시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산을 뜻하는 '메'는 이미 우리가 종종 쓰고 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동물, 산에 사는 돼지는 '멧돼지(메+돼지)'라고 하지요. 물론 산돼지라는 말도 사전에 있습니다만, 다른 산짐승과 달리 이 경우에는 '메-'가 더 익숙합니다. 산꼭대기에서 소리를 칠 때 소리가 울려 되돌아 오는 것은 '메아리'라고 합니다. '산울림'도 같은 말이지요.
여름이면 자주 먹는 메밀국수의 '메'도 어원상 산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곡식·음식 등의 이름에 '메-'가 있으면 찰기 없이 메진 것을 뜻하는데요. 메밀 함량이 높은 막국수 면은 잘 끊어진다는 얘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메지다'는 '찰지다(차지다)'의 반대말로 밥·반죽 등이 끈기가 적다는 뜻입니다. 찹쌀의 반대는 멥쌀(메+쌀), 찰떡의 반대는 메떡입니다. 찰밥의 반대는 메밥이겠지요. 찰기가 없는 조는 메조입니다.
위 내용에 따르면 '모밀(×)'은 메밀의 틀린 말이 됩니다. 그렇지만 워낙 널리 쓰여서 메밀로 통일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다음 음식 이름에 표시된 부분 중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은 몇 번일까요?
1. '건'빵 2. '간'짜장
3. '간'장 4. '깐'쇼새우

정답은 3번.나머지 낱말은 마를 건(乾)과 관계 있습니다. 군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건빵'은 마른 과자류입니다. 간짜장은 물 없이 볶는 마른(乾) 짜장인데요. 중국식 발음이 변형돼 이렇게 불립니다. 깐(乾)쇼새우 역시 물기 없이 볶아내는 요리입니다.
간장은 메주로 만드는 '간'을 맞출 때 쓰는 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