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생활경제'…베이비붐 세대 자녀들 '페이크슈머'
현재 우리 사회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를 이끌어가는 2030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발 글로벌 재정위기 시대에 자라 사회로 진출하면서 희망보다 암울한 현실을 크게 느꼈던 이들이기도 하다. 부모 세대의 소비 공식과 달리, 이들은 물질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며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소비를 중시한다.
이들을 주축으로 한 소비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는 '페이크슈머(fakesumer)'다.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와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말인데 진짜보다 가치 있는 가짜, 진짜의 합리적인 대체재에 열광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페이크' 제품을 받아들이는 소비자들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진짜보다 열등한 것, 진짜인 척하는 위선이라고 여겨졌다. 대표적으로 명품을 따라 한 모조품, 인조 털·가죽제품이 그 예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소비 바람은 이와 다르다. 수직적인 위상관계에 놓여있던 진짜와 가짜가 대등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바뀐 것에서 나아가 오히려 진짜보다 가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성세대의 유산을 물려받기보다, 비록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자기 세대에 맞는 새로운 유산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돼 있다.

◇ 진짜보다 멋진 '가짜'에 열광하다=기성세대의 소비 관성을 따르지 않고, 동물 복지와 환경 문제까지 고려한 윤리적·사회적 소비를 추구하는 2030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가짜 제품은 동물보호 등 윤리적 가치에 부합할 뿐 아니라, 진짜보다 더 가볍고 편하며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점에서 실용성도 높아 주목받는다. 그 영향으로 패션계에서는 스텔라 매카트니, 캘빈 클라인, 랄프 로렌 등 유명 브랜드가 진짜 모피 사용 중단을 선언하고 동물 화학실험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가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짜 명품을 들고 진짜인 척하던 과거와 달리, 'Fake fur' 'Fake leather'라고 적힌 레이블을 옷 밖에 당당히 드러낸다.
문화생활을 즐길 때에도 가짜는 각광받는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구닥(Gudak)'이라는 앱은 디지털 앱이지만 옛날 필름카메라의 방식과 느낌을 구현하며 마치 아날로그인 척한다. 지난해 여름 공개된 뒤 3주 만에 15만 명 이상이 내려받으며 한국, 태국, 필리핀에서는 앱 스토어 전체 카테고리 1위를 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디지털로 구현한 가짜 아날로그에 열광하는 것이다.
VR을 이용한 가짜 체험을 소비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VR 체험관과 기기를 사용해 번지점프, 산악자전거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안전하게 즐기는가 하면 집 안에서 전 세계 미술관과 박물관을 산책하고 예술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한다. '구글 아트 앤 컬처'는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과 전 세계 미술관 및 박물관의 유물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만든 예술 전시 플랫폼으로, 평면 사진만이 아니라 VR, 360도 영상, 초고해상도 기가픽셀 등을 통해 실제 존재하는 현실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놓았다.

◇ 물질보다 '경험'에 투자하다=2030세대가 이끄는 2018년 소비 트렌드는 소유보다 ‘공유’, 물질보다 ‘경험’이다. 이들은 미래의 소유를 위해 현재의 삶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는다. 공유경제 시대의 소비 주체로서 굳이 무언가를 내 것으로 소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고,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겠다는 심리의 발현이기도 하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마련하고 미래를 준비하던 기성세대와 달라진 경향이다. 자기 집이나 차를 장만하기 위해 다른 것들을 포기하기보다 여행, 공연을 비롯한 경험과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소비 패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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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렌탈 소비를 선호한다. 자동차와 전자제품뿐 아니라 가구, 가방, 옷 등 못 빌릴 것이 없을 정도다. 한 번에 목돈을 들이지 않고 매월 소액의 일정 비용만 내면 되는 데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과 유행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를 반영하듯 장기 렌터카는 최근 몇 년간 매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홈쇼핑과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 유통업계도 다양한 상품의 렌탈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CJ오쇼핑의 렌탈 판매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GS홈쇼핑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있어 '보이는' 것과 결별하고 실용성과 현재 만족을 따지는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이 같은 렌탈 상품 소비는 올해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