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책] '메스를 잡다'…인간의 고통과 절망, 희망의 순간들을 보여주는 의학의 역사적 순간들

'양키들의 사기 행각'으로 치부됐던 전신마취 수술이 유럽에 확산될 수 있었던 건 출산의 고통을 참지 못했던 빅토리아 여왕 때문이었다. '짐이 곧 국가다'라는 말을 남긴 '태양왕' 루이 14세는 베르사유 궁전에서 아내와 아들 등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다운데 총리의 손을 붙잡고 침대에 엎드려 치루 수술을 받았다. 당시 프랑스 국민이 다 아는 거의 공개적인 수술이었다.
네덜란드 현직 외과 전문의가 쓴 '메스를 잡다'에는 이처럼 실제 인물들의 삶에서 일어난 수술에 관한 이야기 28개가 담겼다. 보통의 역사서였다면 주목하지 못했을 순간들을 생생하게 펼쳤다.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 뇌 일부가 사라진 상태로 수술실에 도착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의사들의 긴박감 넘쳤던 수술 현장, 포피에 생긴 문제로 7년 넘게 아내 마리 앙투아네트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맺기 어려웠던 루이 16세, 엄지발가락에 생긴 상처와 종양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음악가 장 바티스트 륄리와 밥 말리, 대동맥류에 걸리고도 예상보다 7년은 더 살았던 아인슈타인까지.
역사 속에서는 특별한 존재였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 앞에서는 평범한 존재였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단순히 유명인들의 흥미로운 일화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수술의 역사를 유기적으로 보여주는 단단한 역사서이자 고통을 겪는 인간의 모습과 그 고통을 방관하지 않는 의사들의 모습까지 녹아있어 더욱 의미가 있다.
◇메스를 잡다=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488쪽/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