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지성' 이어령이 남긴 생명주의와 한국 문화를 읽는다[서평]

'시대지성' 이어령이 남긴 생명주의와 한국 문화를 읽는다[서평]

오진영 기자
2025.03.02 10:20
/사진 = 열림원 제공
/사진 = 열림원 제공

"생명의 본질을 보면,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생명 질서 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고(故) 이어령 선생(1934~2022)은 대표적인 모더니스트이자 낭만주의자로, 우리나라의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지성인이다. 문학평론가로 출발해 언론인과 장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준비위원장 등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수십권의 저서와 강연에서 인생과 세상에 대한 통찰이 빛나는 어록도 아직까지 깊은 울림을 준다.

그가 남긴 말들이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2009년 한국표준협회 대한민국창조경영인상 특별강연, 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특강 등 기업 경연인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 9편을 묶었다. 고인의 3주기를 맞아 우리 문화가 근대에서 현대로 탈바꿈하는 시기, 그가 세상에 대해 던진 메시지들을 살펴보는 서적이다.

이 선생의 대표적인 메시지는 생명주의다. 생명주의는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능과 가치를 기술과 자본으로 환원하는 생명 중심적 세계관이자 순환하는 경제체제로의 전환이다. 과거 천연자원을 절멸시키던 '죽임의 경제학'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경제를 살리는 '살림의 경제학'으로의 변화가 새롭고 창조적인 생명화 시대를 도래시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 선생은 수차례의 강연에서 생명주의를 "기존의 금융자본주의와 노동자본주의, 토지자본주의, 지식자본주의와 생명 자체를 자본으로 삼아 생산하는 시스템이 결합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인간은 생명 자체가 자본으로 변환되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아닌 '생명 자본주의'를 목도하게 될 것이라는 고인의 통찰이 담겼다.

저서에서는 이 선생만의 우리 문화에 대한 고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선생은 21세기를 공감의 세계이자 즐거움의 세계로 규정하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명과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을 꿈꿨다. 그는 "4000만명이 하나가 되어야 하는 산업주의 시대와 달리, 창조의 시대에는 모두가 제각기 생각하는 4000만명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의미심장하다. 이 선생은 "한국에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줘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며 "기업도 창조적 두뇌와 발상을 가진 사원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창조력을 갖춘 인재를 우대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구축해야만 미래에도 번영할 기회를 얻는다는 지론은 한국 문화가 전세계를 휩쓰는 지금 남다른 울림을 갖는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대지성이었던 이 선생만의 남다른 문화에 대한 주관, 한국 문화의 토대가 되었던 그의 생애를 엿볼 수 있다.

◇이어령, 스피치 스피치/ 이어령 / 열림원 /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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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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