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세상…나를 잃지 않으려면[서평]

'좋아요'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세상…나를 잃지 않으려면[서평]

이병권 기자
2026.02.03 16:40

[신간] 좋아요 없어도 좋아

소설 '좋아요 없어도 좋아' /사진제공=서해문집
소설 '좋아요 없어도 좋아' /사진제공=서해문집

책을 내려놓고 한동안 휴대폰을 바로 집어 들지 못했다. 화면을 켜고 습관처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들어가 새 알림이 왔는지 확인할 게 뻔해서다.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청소년들이 주인공이고 청소년을 위한 책이다. 하지만 읽다 보면 특정 세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곧 알게 된다.

때때로 우리는 디지털 세상을 악역으로 몰아간다. 현실을 떠나 게임·SNS·메타버스·유튜브·애플리케이션으로 '도망쳤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스로 그곳을 선택했다. 특히 아이들은 현실에서 말할 수 없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던 마음을 디지털 세상에서 확인받는다.

이 책은 이런 선택을 절대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을 던진다. 왜 그 마음은 현실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했을까? 다섯명의 작가는 모두 청소년을 위한 글을 써왔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시선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끝까지 따라가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모두 '이름'보다 '아이디'로 기억된다. 현실의 나는 조용하고 불완전하고 무시당할지언정 디지털 세계에서 나는 조금 더 용감하고 과감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가짜'가 점점 진짜를 대신하려 들 때 생긴다. 이 책은 바로 그 균열의 순간을 조명한다.

누군가에게 선택받고 싶은 마음. 사랑받고 싶고 외롭지 않고 싶은 마음. 세계와 더 연결되기 위해 나를 가짜로 꾸며서라도 '우리'에 결속되고자 하는 그 마음을 작가들이 섬세하게 바라본다. 작가들은 그 감정에 조심스럽게 이름을 붙인다. 욕망이 아니라 결핍이라고, 일탈이 아니라 연결이라고.

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순하지만 어렵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청소년 독자에게만 향해 있지 않다. 좋아요·구독자의 숫자로 가치를 재보고 반응이 없으면 쉽게 침묵해 버리는 어른들에게도 정확히 와닿는다.

'좋아요 없어도 좋아'는 말할 수 있는 자리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나의 욕망과 결핍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공간, 나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 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좋아요가 없어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연습. 이유는 간단하다.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건 나라서 그렇다.

소설이 끝내 도착하는 곳은 어쩌면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청소년 독자라면 내 안에서 나를 좋아할 이유를 처음으로 찾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좋아요'가 없어도 나를 계속 표현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 좋아요 없어도 좋아/김소정·황다솜·박성은·이지혜·홍미선 지음/서해문집/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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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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