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한미FTA, 재벌지배구조 위협

[MT시평]한미FTA, 재벌지배구조 위협

정승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2007.05.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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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과 대한상의를 비롯한 재계는 한미FTA가 마치 '당연하다'는 양 대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FTA가 과연 재계에 지상낙원을 열어줄까?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특히 투자자 국가소송제는 재벌들의 경영권 방어 요구에 치명상를 입힐 것이다. 또한 미국계 로펌들에 의한 한국 법률시장 장악과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초래할 한국 법률체계의 미국화는 우리나라 기업 및 자본시장 관련 법체제의 전면적 미국화와 함께 한국 특유의 기업체제, 즉 재벌구조 역시 와해시키고야 말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 등 한미FTA 찬성론자들은 투자자 국가소송제에 대한 비판에 대해 '우리 기업과 투자자들도 앞으로 미국 등에 투자할 때 이 제도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라고 응수하면서 마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당연한 제도인양 선전해댄다.

 

하지만 소버린 혹은 아이칸과 유사한 헤지펀드 혹은 사모펀드들이 SK와 삼성, 현대차 등의 경영권에 도전장을 던지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소버린은 98년 이후 미국식 기업지배구조 개혁과 2002년의 출자총액제 부활로 SK의 경영권 방어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을 보고 큰 수익을 기대하며 투자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재경부의 금융허브 추진 전략과 그 일환인 자본시장통합법 도입, 헤지펀드 전면허용 등의 제도변화에 따라 기업경영권에 도전하는 국내외 펀드들의 활동에 더욱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미FTA로 투자자 국가소송제가 발효된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의 준동을 우려한 국회와 정부가 전경련의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경우 어떤 사태가 발생할까?

 

새로운 법제도 시행으로 인하여 대박을 놓치게 된 어떤 헤지펀드는 한국정부와 국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투자자 국가소송제가 용인하고 있는 ‘간접 수용’의 범주에는 - 국가에 의한 기업의 소유권 침해(즉 ‘직접수용’)가 아니라 하더라도 - 기업의 지배 혹은 통제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사실상 모든 사모펀드와 기업지배구조 헤지펀드의 핵심전략)에 대한 국가정책적 개입과 법제도적 변화의 영향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런 식의 투자자 국가소송이 실제로 벌어질 경우 그 소송을 심리할 국제법원은 한국법이 아닌 국제법에 의거하여 판결하도록 한다는 조항이 한미FTA 타결 내용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정말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데, 예컨대 삼성그룹 혹은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향배와 같이 한국경제의 운명을 뒤흔들 사안에 대한 재판에서 대한민국 법률은 효력이 정지되고 이 나라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국제법’이 효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크게는 일국의 기업과 재산에 대한 국법체제의 효력이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를 의미한다. 또한 이는 작게는 전경련과 재계가 아무리 경영권 방어를 위한 로비를 국회와 청와대를 향해 한들 무의미하며 이제부터는 ‘국제법’을 향해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외교통상부와 재경부 등의 경제·통상관료들은 'FTA 시대에, 삼성전자와 포스코의 국적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하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노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한국판 엑슨플리오법의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지금 전경련과 재계는 스스로 자기무덤을 파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본의 국적성’을 보호할 경영권 방어 법질서의 도입을 앙망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자본의 국적성과 법질서의 국적성을 전면 부인하는 한미FTA를 열렬히 환호하기 때문이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그리고 삼성그룹 등 재벌그룹들은 이른바 한국 최고의 경제엘리트들의 집결체이다. 한 나라 국가경제를 이끌어가는 경제지도층 인사들이 이렇듯 자가당착적 사고와 좁은 식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한, 한국경제호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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