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날드 트럼프가 직접 제작하고 출연하는 `견습생`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CEO 지망생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매주 실제 경영 상황을 놓고 경쟁을 시킨 후 진 팀에서 한 명씩 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최종 승자는 트럼프 계열사 CEO로 영입된다. 이 프로그램의 매력은 CEO가 갖추어야 할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첫째, 각 팀의 리더는 매우 큰 책임과 혜택이 동시에 주어진다. 팀이 승리할 경우 다음 주에 탈락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혜를 누리지만 질 경우에는 해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둘째, 자기 주장이 강하고 야심에 가득찬 팀원들을 팀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이끌기 위해서는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참을성을 발휘하여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조정하여 팀원들의 능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낼 수 있는 리더만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
능력은 뛰어나지만 자기 주장이 강한 한 참가자에게 트럼프가 "리더가 되기 위해 너는 남의 말을 듣고 따르는 것을 먼저 배워라"고 질책하며 해고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은 `견습생`에서 보여진 리더십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우리나라 재벌 총수의 리더십과 재벌 기업 의사결정 과정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흥분한 회장님이 폭력을 휘두르며 밤거리를 헤맬 때 주변의 어느 누구 하나 말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기업의 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회장님의 생각이 옳지 않다며 반론을 제기하며 막아설 임원이 과연 있을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회장님이 개인적인 일로 어려움에 처하자 기업 전체가 동원되어 회장님 구하기에 나서는 것 역시 기업이 한 개인의 사유물이 아니라 주주를 포함한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너무나 원론적인 사실이 아직도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울 뿐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영 여건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한 개인이 절대적인 권한을 지닌 독선적인 의사결정 체제는 더 이상 통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우리나라 재벌과 같이 의사결정이 한 개인에게 집중된 기업 체제에서 재벌 총수의 올바른 리더십과 이들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의 확립이 다른 어느 경우보다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재벌 기업에 있어 총수에 대한 충성만이 통용되고 어느 누구도 직언을 할 수 없는 그러한 체제를 가졌다면 이는 단순히 경영 의사결정을 왜곡하여 해당 기업의 존망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얻은 귀중한 교훈은 대마불사는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와 같이 재벌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나라에서 한 재벌기업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국가 전체로 파급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IMF 경제위기 10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한화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재벌 관련 사건들은 지난 10년간 구조조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어 왔지만 아직도 재벌과 관련된 많은 변화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겪으며 많은 재벌 기업이 사라짐에 따라 결과적으로 더욱 적은 수의 재벌들에게 경제력이 집중되었다. 이는 결국 이들 기업의 성패가 직접적으로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 IMF 경제위기 이후에도 지속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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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재벌 총수들이 사법적인 문제에서 벗어날 때 마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와 총수가 빠진 기업의 어려운 경영 상황이 참작되었다고 보도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자신의 지배력을 증대시키려는 재벌 총수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조장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몇몇 재벌 총수가 내리는 결정에 좌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한화사건과 IMF 10주년을 교훈 삼아 재벌이 지닌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우리 사회와 경제가 선진화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