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면서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 중심부에는 미국이 있으며 특히 미국 주택 가격이 핵심이다. 그러나 미국 주택 가격이 급락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가도 더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거품이 끼어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는 미국 주택 가격이 급락한다. 그러면 역의 부의 효과로 소비가 감소한다. 현재 미국의 가계 부채가 매우 높은 수준에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 하락은 소비 위축을 심화시킬 것이다.
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이다. 절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 성장률이 직접적으로 낮아지고, 나아가서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켜 경제 성장률이 더 떨어진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현재 환율 기준으로 27%(구매력 기준으로는 20%)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전 세계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인도가 소비 중심으로 고성장을 하면서 미국 소비를 대체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와 같은 비관적 시나리오의 근거는 미국 주택 가격의 거품 붕괴에서 시작된다. 과연 주택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고 그것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풍선처럼 순식간에 터질 것인가?
일반적으로 주택 가격의 거품 정도를 판단하는 데는 네 가지 척도가 사용된다. 우선은 주택 가격을 물가로 할인한 실질가격이다. 주택도 자산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물가만큼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택 가격은 1990년 이후 한 때 물가보다도 50% 이상이나 급등했다.
둘째로 주택 가격과 렌트의 상대 비율이다. 이는 절대적 수준보다는 과거 평균에 비해서 얼마나 벗어났느냐의 여부로 거품 정도를 따지는 지표이다. 이 역시 2005년 한 때 평균보다 30%나 더 올랐다.
셋째로 가처분 소득에 비해서 주택 가격이 얼마나 상승했는가를 보고 주택 가격의 거품 정도를 파악한다. 2년 전에 주택 가격이 가처분 소득에 비해 3.1배나 높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건축비용에 비해서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벗어났는가도 주택 가격의 거품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인데, 이 또한 많이 벌어졌다.
이런 네 가지 척도로 볼 때 미국 주택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집값이 급락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자산 가격은 연착륙하기가 쉽지 않다. 오를 때는 항상 경제 기본 여건을 과대평가하고 떨어질 때는 과소평가하는 것이 자산 가격의 속성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에 주택 가격이 붕괴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주택은 주식과 달리 우리의 삶의 가장 기본적 터전이다. 집값이 떨어진다고 기대되더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을 파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예상되는 비관적 시나리오를 예방하기 위해 미국의 정책당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돈을 풀고 있다.
지난 9월 미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0.5% 포인트 인하했고, 올해 내에도 두 차례 정도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모기지 금리가 안정되고 모기지 대출도 완만하게나마 증가하고 있다. 주택 시장이 안정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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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가격이 다시 오르면 장기간 동안 경기 확장을 만끽했던 미국 가계들은 소비를 더 늘릴 전망이다. 그래서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는 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멀리 보면 이것은 미국의 불균형을 더 확대시키는 지름길이다. 주택 가격 안정과 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소비 증가는 이미 높은 수준에 있는 금융 부채를 더 늘릴 전망이다. 또한 내수 증가에 따른 수입 증대는 경상수지 적자를 더 확대시킬 것이다.
머지않아 미국 경제의 불균형은 더 심화되고 더 이상 팽창할 수 없는 풍선이 되어 작은 충격에도 일순간에 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그동안 주장해온 것처럼 앞으로 2년 정도는 이 거품을 즐길 것인가 아니면 자산 가격 정상의 문턱에 서서 바라만 볼 것인가를 결정해야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