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창고' 한국박물관은 살아있다

'보물창고' 한국박물관은 살아있다

이언주 기자
2009.06.01 10:57

[인터뷰]한국박물관 100주년// 배기동 한국박물관협회장

온고지신(溫故知新). 20년 전만 해도 웬만한 집 대청에 걸려있던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것을 안다'는 의미다. 현재와 미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도리, 즉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 것이다.

배기동(57·사진) 한국박물관협회장의 생각도 이와 같았다. 그는 우리사회가 절실하게 간파해야 할 것이 바로 '역사'며 '문화'라고 강조했고 그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라 했다.

한국 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한양대 박물관장을 역임하고 있는 배기동 한국박물관협회장을 만났다.

서울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대학원에 진학해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의 고고학 외길 사랑은 30년이 훌쩍 넘었다.

"어릴 때부터 수집벽이 있었어요. 특히 물건에 붙어있는 상표란 상표는 다 떼어서 집에 가져왔지요. 저희 어머니가 지저분하다고 버리지만 않으셨다면 지금쯤 재밌는 전시를 할 수 있을 텐데, 너무 아까워요."

무엇이든 모으고 정리하는 취미가 대단했던 그는 대학시절 방학기간 학교박물관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며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다.

박물관 정부차원 통합운영 절실

"대학박물관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풀고 싶어요. 학자들에 의해 심도 있게 연구되고 잘 보존돼 있는 훌륭한 전시품들이 대학박물관에 많이 있지요. 입장료도 거의 다 무료인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으면 합니다."

실제로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곤 했던 서양의 경우와 다르게 한국은 대학이 대중들과 친숙해진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학생이 아니면 굳이 대학에 찾아 들어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애쓴다고 가능한 일은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이고 대학박물관에 대한 인식을 깨우치고, 대중의 접근이 쉽도록 지원 정책을 펼칠 때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박물관 수는 600여개에 이르며 올해로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맞았다.

배 회장은 "그러나 박물관에 대한 정책 및 관리 시스템은 초보수준"이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박물관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과 통합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ㆍ공립이나 사립박물관, 미술관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지만 과학 관련이나 대학박물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전담이다.

배 회장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우리 생활 속에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전담부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특히 지금처럼 박물관의 성격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으로 관할 부서가 나눠져 있으면 통합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경제적 논리를 갖고 논하지 말라

배 회장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박물관이 궁금했다.

"문화는 단지 생활의 일부로써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지 경제적인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마찬가지로 역사와 문화가 동시에 숨 쉬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박물관은 숭고하면서도 즐거운 곳이어야 합니다. 진정한 '교육의 장'이고 '체험의 장'이어야 합니다."

학자이자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배 회장은 자녀교육과 부모의 책임감을 언급하며 "진정한 교육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인데, 하고 싶은 것을 모르는 경우가 문제"라고 말하며 "원하는 것, 하고픈 것을 찾을 수 있는 곳이 박물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물관이 과거 딱딱하고 무거웠던 '보물창고' 또는 '지식의 장'에서 요즘은 가족나들이가 가능한 '재미의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유산을 넘어 박물관과 미술관이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기 위한 제2의 도약이 필요하다.

배 회장은 "그러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시급한 것이 데이터 정리"라며 "콘텐츠 구성은 한두군데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정리하고 통합해 검색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외교에 힘 쓸 때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맞아 올 한해는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바쁘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배 회장은 안으로는 경기도박물관 설립에 힘쓰고 있고, 밖으로는 문화외교관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부터 중국에서 열린 '세계 고고학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다. 나라별로 가장 저명한 고고학자 한명씩만 참석하는 회담에 초대된 그는 "중국은 문화외교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문화산업과 문화외교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박물관협회는 박물관윤리에 입각해 박물관 공공성을 높이는 일을 하며, 학예사를 배치하는 일이나 정부보조금으로 집행하는 사업도 한다. 현재 한국·중국·일본의 박물관을 묶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배 회장은 "세 나라의 박물관을 연계시키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 벽을 뛰어넘는 통로가 되며 문화적 공감대를 넓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학술교류는 물론 문화상품으로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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