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15일 가서명됐다. 이번 가서명을 통해 2007년 5월 이후 2년 넘게 진행된 협상내용을 정리한 협정문이 최종 확정되었다. 앞으로 양측의 정식 서명과 비준 등의 절차가 마무리 되면 내년 하반기쯤 한-EU FTA가 발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이 본격적인 FTA 시대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 27개 회원국으로 이루어진 EU는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이 18조400억 달러로 미국보다 더 큰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또 영국, 프랑스 등 선진경제국에서부터 동구권 등 신흥경제국까지 다양한 소비계층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거대시장이어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리의 중소기업에까지도 다양한 시장과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에서 EU와 FTA를 처음으로 체결한 나라로, 주요 경쟁국인 일본, 중국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EU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됐다.
EU의 비농산물 평균관세율은 3.8%로 미국의 3.2%보다 높다. 자동차(10%), TV(14%), 섬유(최대 12%), 석유 및 유기화학(최대 6.5%)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의 관세도 상대적으로 높아 한-미 FTA에 버금가는 경제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 EU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는 최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통해 EU 시장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부품의 경우 평균 4.5%의 관세가 한-EU FTA 발효 즉시 대부분 철폐됨에 따라 현지조립용 부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대 EU 수출을 증대시킬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에 의존적인 시장한계를 탈피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함으로써 판매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섬유 또한 높은 관세(최대 12%)가 철폐됨으로써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화학섬유, 직물 등 주력품목들을 EU내 선진국뿐 아니라 신흥경제국인 동유럽까지 확대해 수출함으로써 섬유수출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EU의 첨단 신소재 기술력 이전 및 투자유치 활성화 등을 통해 패션·산업용 섬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력을 향상시키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EU FTA를 계기로 이제는 FTA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관심이 필요할 때다. 이런 시점에 맞춰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부산·경남지역 등 지방 5개 지역에서 FTA에 대한 중소기업의 이해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FTA 활용설명회'가 개최됐다.
설명회에 참석한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은 한-EU FTA에 대한 높은 기대와 적극적인 활용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원산지증명, 관세환급 등에 대해서는 절차의 복잡함, 인력부족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중소기업들이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작성할 수 있는 원산지증명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또 원산지증명 전문인력 양성 및 실무자 교육 등은 물론 업종별·지역별 맞춤설명회, 기업컨설팅 지원제도 등을 실시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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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업계의 한 대표는 "이미 발효 중인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의 FTA를 통해 많은 수혜를 받고 있다"며 "한-EU FTA가 발효된다면 지금보다 수출이 30% 이상 증대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FTA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EU FTA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땀 흘리며 준비하는 기업들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가격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로 새로운 경쟁력 창출에 힘을 쏟는 중소기업에게 한-EU FTA가 희망의 메신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