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소주 가격을 담합한 11개 회사에 총 2263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통보하면서 소주업계가 바빠졌다.
소주업계는 국세청의 행정지도로 가격을 정했을 뿐이라며 담합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소주업계는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검토보고서를 국세청에 보고하고 구두승인을 얻어 가격을 인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 인허가와 관리감독권을 가진 행정기관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세무조사라는 '칼'까지 가진 국세청에 소주업계가 반발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행정지도에 따라야 하는 소주업계의 고충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주업계는 행정지도를 이유로 실제 담합을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게다가 법령에 근거가 없는 행정지도를 따른 담합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설사 법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모든 담합이 그렇듯이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도 가격을 올린다. 경쟁이 치열할 때 가격인하 효과가 발생하는데 행정지도로 정한 가격이 경쟁 때의 가격보다 낮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세청이 소주가격 인상률을 5%이하로 하도록 행정지도하면 기업별 인상폭은 3%, 4%, 5% 등 다양해야 하지만 인상폭은 5%로 같아진다. 한 기업이 원가절감 등으로 3%만 인상할 계획을 세웠어도 행정지도로 5% 인상한다. 행정지도를 따르면서 추가적인 수익까지 올릴 수 있는데 굳이 3%만 인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법령에도 없는 행정지도가 업계와 행정기관의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류관련 단체와 기업은 국세청 산하기관처럼 수십년간 국세청 간부들의 재취업 자리로 인식돼 왔다.
예컨대 납세병마개 시장을 독점해온 삼화왕관의 상근 부회장과 부사장, 감사는 모두 전직 국세청 간부다. 만약 국세청이 소주업계의 담합을 두둔하면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담합을 금지하는 것은 시장경제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이다. 행정지도가 시장경제와 국민을 위한 것인지 행정지도를 하는 기관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