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복지부, 영리병원 '동상이몽'

재정부·복지부, 영리병원 '동상이몽'

이학렬 기자
2009.12.15 11:30

-재정부 "사실상 도입 확정" vs 복지부 "달라질 것 없다"

-KDI·보건산업진흥원 용역결론 따로 발표

-재정부 사전 브리핑에 복지부 '발끈'…합동브리핑 취소

'도로 제자리'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 필요성 연구' 용역 발표가 한차례 연기되는 등 난항을 겪으면서 15일 공개됐지만 관련 부처간 이견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는 평가다.

도입을 원하는 기획재정부와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보건복지가족부가가 6개월전 용역을 의뢰했을 때와 비교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용역결론, KDI·보건산업진흥원 '따로따로'=공동용역이었지만 이날 발표된 용역결과에는 용역을 담당한 한구개발연구원(KDI)과 보건사업진흥원의 합치된 의견은 찾기 힘들었다. 합동 연구팀을 꾸렸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각각의 주장을 모두 실으면서 보고서는 700페이지가 넘게 됐다.

영리의료법인 도입 효과에 대해 KDI는 △소비자 지향적인 다양한 비즈니스 유형의 시도 가능 △시장규칙 정립과 투명성 제고 △일부 국민의료비 감소 △산업화 촉진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반면 진흥원은 "생산유발과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나 국민의료비가 증가하고 중소병원이 폐쇄되는 부정적 효과도 크다"고 지적했다.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부작용 해소방안도 달랐다. KDI는 △의료서비스 정보공개 강화 △공적의료보장체계 정비 △비영리기관의 역할 부여와 퇴출경로 마련 △민간보험 관련 정보접근성 개선 △환자의 진료정보 접근성 강화 등을 강조했다.

특히 KDI는 "상법상 영리법인의 형태로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회사, 주식회사가 있는데 이를 모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반면 진흥원은 △필수 공익의료 확충 및 공공의료 강화 △의료자원에 대한 관리체계 구축 △비영리법인 지원 강화 및 기능 재정립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효율적 관리 방안 강구 등 복지부와 크게 다르지 않는 주장을 폈다.

특히 진흥원은 "공공의료 강화에 최초 5년간 약 4조9800억원이 소요되고 5년이후에도 운영비 등으로 매년 8000억원이 쓰인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료비 중 공공지출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7조5000억원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당연히 결론도 달랐다. KDI는 "의료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며 "영리법인의 도입범위를 제한할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흥원은 "영리법인의 부정적 영향도 상당하다"며 "보완정책 과제들을 선결하거나 병행하면서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해석도 '동상이몽'=재정부와 복지부는 용역결과를 두고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 방안과 부작용에 대한 보완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향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관련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현 건강보험 제도 유지 및 민영의료보험은 보충형으로 국한 △기존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전환 금지 △재정 투입을 통한 의료공공성 지속 확충 등의 정책을 확고하게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문구에 대해 재정부와 복지부의 해석이 달랐다. 재정부는 도입은 사실상 확정됐고 향후 도입 방안과 부작용에 대한 보완 방안만 논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는 도입 여부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면 이제 도입 방안을 논의하는 시기로 넘어갔다는 말이다.

최상목 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복지부와 협의된 문안은 중립적이나 재정부가 해석하면 용역결과는 도입 필요성이 더 크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부는 용역결과가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도입 여부부터 부작용 보완방안까지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부와 복지부의 '동상이몽'은 용역결과에 대한 합동브리핑을 갑작스럽게 취소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재정부와 복지부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 복지부에서 용역결과에 대해 합동브리핑을 실시한 예정이었으나 전날 저녁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복지부는 "연구용역 결과일 뿐이고 이에 따라 복지부 입장이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별도의 브리핑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나 재정부의 하루 앞선 브리핑이 못마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영리의료법인 도입을 둘러싼 재정부와 복지부의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워낙 이해관계가 중첩된 사안이어서 단기간에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면서 "어렵더라도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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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렬 사회부장

머니투데이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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