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당면 과제 '재래시장 활성화' 무거운 짐 안고 떠나
1년 만에 남대문 시장을 다시 찾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얼굴은 과거에 비해 밝았지만 내딛는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친서민 정책의 주요 과제인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무거운 짐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지난해 1월 24일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2기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밑바닥 경기의 현주소를 하루라도 빨리 듣고 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윤 장관은 시장을 돌아본 후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러한 소회는 윤 장관이 지난 1년간 '경제 살리기'에 박차를 가한 밑거름으로 활용됐다.
윤 장관은 경제회복 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남대문 시장을 다시 찾았지만 여전히 당면한 과제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우선 경기 회복 기조에도 남대문 시장 구성하고 있는 상가마다 20~30곳의 빈자리가 보일 정도로 전반적인 경기는 좋지 못했다. 3만 개에 달하는 상점을 1만 개로 줄여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지만 대부분 생계가 막막한 상인들이 많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예전에 비해 남대문을 찾는 관광객들은 늘었지만 설을 앞두고 오히려 제수제품을 준비하려는 일반 시민들의 발걸음은 줄어든 것으로 보였다. 할인점, 백화점 등으로 재래시장 손님들을 많이 빼았겼기 때문이다.
윤 장관은 이날 상인들을 만나 장사가 잘된다고 하면 같이 기뻐했고, 장사가 어렵다고 하면 "걱정이다"라고 고민을 함께 나누는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윤 장관은 남대문 시장 도착 후 과일, 야채, 생선, 정육 가게를 들러 전통시장상품권을 이용해 곶감, 버섯, 한우 쇠고기 등을 구입하고 상인들과 40분 정도 인근 식당에서 소머리 국밥을 먹으며 애로사항을 들었다.
특히 윤 장관은 이날 만나는 상인들 마다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재래시장의 싼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 고객들이 많이 찾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자들의 PICK!
또 반찬가게에서 창란젓을 맛보고 있던 일본 방문객들에게는 "맛있습니까?"라고 직접 일본말로 말을 걸기도 했다.
요즘 장사가 안된다고 울상을 짓고 있는 야채 가판 주인에게는 "경기가 살아나나 했더니 재래시장이 힘들어 많이 걱정이 된다"고 같이 한숨을 쉬기면서 "힘내시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 장관은 이어 방문한 생선 가게와 정육점에서는 "요즘 설을 맞아 장사가 잘 된다. 용인 수지 등 멀리서도 손님들이 찿아온다"란 말에 같이 기뻐했다.
김시길 서울남대문시장 대표이사는 "남대문 시장의 경우 접근성이 어렵기 때문에 주차공간 확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 남대문뿐만 아니라 다른 재래시장에 대한 마을버스 등 버스 노선 확충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남대문시장 홍보를 위한 재정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 주고 40년이 넘은 남대문 상가 건물 재건축도 도와 달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건의사항들은 서울시장과 협의해 보겠다"면서 "경제 상황이 올해는 많이 좋아질 것이기 때문에 경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밝혔다.
윤 장관은 "서민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민이 재래시장을 많이 이용해 줬으면 한다"면서 "국민들이 자주 찾는 상품 가격을 공개해 어디에서 소비하는 게 이익이 되는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장관이 상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남대문을 떠나는 뒷모습에서는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복잡다단함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