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1억 횡령 논란에 '강 건너 불구경'
"자꾸 건드려서 정국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있나요?"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가짜 연구자를 내세워 외부 용역연구비 1억원을 전용하려다가 감사에 의해 드러나자 반납한 사건과 관련,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묻자 관련 당국자는 이렇게 말했다.
복지부 당국자는 "문제 제기한 사람(감사)과 집행부 간 갈등이 있는 것 같다"며 "내부 폭로성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감사가 협회의 회계를 감시하고, 감사보고서에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자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갈등'을 일으킨 것으로 간주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의 사단법인을 인가해 준 기관으로 매년 세입세출 예산 및 사업계획, 감사보고서 등을 보고받으며, 3년에 한번씩 직접 찾아가 승인해준 정관대로 협회가 운영되고 있는지 정기감사를 벌이는 감독관청이다. 장관 지시가 있을 경우 정기감사와 관계없이 특별감사도 진행할 권한도 갖고 있다.
경 회장은 지난해 11월 연구비 명목으로 집행된 공금을 자신의 개인통장에 입금하도록 해 지난 20일까지 5개월여간 보관하다가 감사 지적에 따라 반납했다. 지난 25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는 "예산처리과정에 미숙함이 있었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사전에 내부적으로 합의가 있었고, 대의원회가 특별감사 안건을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경 회장의 잘못을 용서해줬기 때문에 횡령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전에 내부적으로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의협 집행부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대의원회가 특별감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연구비를 개인계좌에 입금시켰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협은 지난 2004년 경리직원이 11억여원을 횡령해 해외로 도주한 사건을 겪기도 했다. 특별감사를 부결시킨 대의원회의 결정을 놓고 일반 의사회원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의협이 제출한 법무법인 두우앤이우의 법적검토서를 근거로 이번 사건을 '내부 갈등'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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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우앤이우측은 횡령 건과 관련한 의협의 문의에 "협회장의 판공비가 연구용역비 집행이라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편성되긴 했으나 회장 개인의 치부목적으로 자금이 조성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며 "현재 전액 반환된 상태이고 사전에 합의가 있었다는 점에서 횡령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경 회장(의협)의 의뢰로 작성된 검토서인데다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회계법인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객관성이 떨어진다.
복지부 관계자는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제3의 기관의 검토를 받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8일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의협의 한 회원은 "편법을 드러낸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세우는 집행부가 단지 1억원만 전용하려 했겠느냐"며 "대의원회까지 자정 능력을 상실한 만큼 감독관청이 회계전문가를 동원해 그동안의 내역 등을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