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불편한 진실'…의혹의 1억원

의사협회 '불편한 진실'…의혹의 1억원

최은미 기자
2010.04.29 08:12

회장 개인통장에 5개월간 보관

'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친의료계 정치세력화 지원에 관한 건 (연구자; 의료와 사회 포럼, 연구비; 1억원)'

지난해 11월 대한의사협회가 '리베이트 쌍벌죄 폐지', '원격의료 금지' 등 의료계가 반대하는 현안을 연구할 목적으로 경만호 의사협회장이 고문으로 있는 '의료와 사회포럼'이라는 단체에 내린 용역과제다.

이 용역에 사용되는 연구용역비 1억원은 과제 연구에 사용되지 않고 이 단체의 계좌가 아닌 단체 대표 개인계좌로 송금됐고, 이 돈은 그 즉시 경 회장의 개인 계좌로 넘어갔다.

이같은 은밀한 계좌이체는 지난 25일 제62차 의협대의원 총회 직전에 나온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의협 감사인 이모씨는 "의료정책연구소의 2009년 계약건을 보다보니 총 12건이 있었는데, 그 건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모 감사는 "처음에 연구비를 100% 지급한 것도 그렇고, '의료와 사회 포럼'이라는 단체가 경 회장이 고문으로 있는 단체라는 것도 이상했다. 그래서 찬찬히 들여다보니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의협의 외부용역 연구비 중 일부가 용역연구 책임자의 입금통장을 거쳐 경만호 회장의 개인 통장으로 전달됐다"며 "이는 횡령 등 법적 문제를 수반하는 중대한 사항으로 추가적인 부정의혹 및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의협 일부 회원들도 "이건은 대외협력사업 일환으로 보이는 만큼 고유사업 관련 예산에서 지급돼야 했다"며 "의료정책연구소 예산의 불법적 전용이며 재무업무규정 제23조 2항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의협 회원게시판 등을 통해 이의를 제기했다.

경 회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1억원을 협회 계좌로 지난 20일 다시 반납했다. 경 회장은 개인계좌이기는 하지만 비서실에서 관리하는 업무용 계좌라며, "업무상 미숙한 점이 있었다"고 공개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의료계 인사들은 복지부가 지난 3월말 정기감사 당시에는 이같은 상황을 적발하지 못했고, 그 후 논란이 됐을 때도 '문제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의협 대의원회는 '특별감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에 투표를 실시해 152대 38로 부결시켰다.

의협이 이 문제를 덮으려는 것은 왜 일까? 과거 회장의 국회로비 사건과 최근 의료계의 현안인 리베이트 쌍벌죄, 원격의료 등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리베이트 쌍벌죄'는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약사도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3000만원의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규정이다.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헌법소원도 불사해 법 시행을 막겠다는 게 의협 입장이다.

원격의료는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와 환자가 화상을 통해 진료받고 약도 처방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허용될 경우 특정 유명병원 의사에게 환자가 몰리는 것이 가능해져 일선 개원의들은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게 의협 측의 입장이다.

대의원 총회에 참석했던 의협 모 대의원은 "당장 힘을 합쳐 막아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다"며 "회장이 직접 협회를 위해서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는 만큼 믿어주자는 것이 총회 분위기"라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1970년부터 4월부터 '대한의정회'라는 대 정부ㆍ국회 활동 단체를 운영해왔다. 2007년 3월 장 모 회장이 국회의원에게 금품로비를 했다는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고, 이 과정에 의정회가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며 폐지됐다.

이 사건은 국회 청문회까지 열릴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당사자인 장 전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징역 1년 2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이 사건으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의료계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의료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 과정에 감독당국인 보건복지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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