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2007년 4월 타결됐지만 미 의회의 반대에 막혀 3년 넘게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6월 말 캐나다 토론회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측의 추가 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까지 한미 FTA 쟁점을 타결하겠다고 밝혔다.
정상간 교감을 바탕으로 양측 협상단은 이후 몇 차례 고위급 비공식 접촉을 가졌지만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에 대한 견해차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양국은 협상 시한인 서울 G20 정상회의를 불과 보름 정도 앞두고 최종 담판에 들어갔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USTR 대표가 10월2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것.
이어 최석영 FTA 교섭대표와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지난달 4일부터 서울에서 고위급 실무협의를 가졌다. 이때부터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쇠고기를 지키는 쪽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후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는 11월 8일 서울에서 다시 만나 최종 담판을 벌였지만 제 자리 걸음을 계속했다. 결국 양국은 1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FTA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낭패를 겪었다. 특히 오바마는 빈손으로 귀국했다는 비난에 코너에 몰리기도 했다.
양국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컬럼비아에서 통상장관 회의를 재개했다. 한국은 물론 미국 협상단도 협상장 인근 호텔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말 그대로 끝장 회의에 들어갔다. 양국 협상단은 일정을 이틀이나 연장해 가면서 공식, 비공식 실무회의를 개최한 끝에 3일 최종 합의를 이끌어 냈다.
협상 타결의 일등 공신으로는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첫 손에 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경기 회복을 위해 FTA 조기 발효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는 열의를 보였다. 이 대통령 역시 FTA 발효로 우리가 얻을 실익이 커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실무진을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양국 정상의 의중을 탁월한 협상력으로 현실화 시킨 김 본부장과 커크 대표 역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에는 무엇보다 양국 정상의 의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풍부한 협상 경험을 가지고 있는 통상장관들의 자질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