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회 직무유기에 잃어버린 1년

[기자수첩]국회 직무유기에 잃어버린 1년

강기택 기자
2010.12.07 14:37

"미국계 GE캐피탈까지도 이슬람 투자자 확보를 위해 씨티, 골드만삭스를 공동주간사로 내세워 수쿠크(이슬람 채권)를 발행했다. 이슬람 채권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테러 자금으로 유입된다면 왜 미국계 기업과 증권사들까지 나서겠는가"

지난해 이맘때 이슬람 채권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제동이 걸렸을 때 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반응이었다. "그 같은 논리라면 한국은 중동에서 석유도 사오지 말고 원전도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수쿠크는 채권이지만 이자를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부동산 임대료나 수수료 등의 형식으로 이자를 물린다. 예컨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할 때 채무자에게 직접 돈을 빌려 주지 않고 집을 구입해서 살게 한 뒤 임대료를 받는 방식이다.

이처럼 수쿠크가 실물거래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다른 해외 채권과 달리 양도세, 부가가치세, 임대료에 대한 법인세 등이 부과돼 왔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 금리가 1.5~3.4%포인트 비싸지기 때문에 사실상 이슬람채권 발행은 불가능했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기존의 외화조달 창구가 돈줄이 막히면서 '오일머니'로 외화 차입선을 다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았던 정부로선 이 같은 제도적 장벽을 풀어 주는 게 급선무였다.

여기에는 영미계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보다 이슬람 자금이 장기투자 목적이어서 변동성이 적다는 점도 한몫 했다. 이슬람 금융시장이 유력한 외화조달창구가 되면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물론 일본도 은행법을 개정해 앞 다퉈 이슬람채권을 발행했을 정도다.

그러나 국회는 종교적인 쟁점이 옅어진 뒤에도 오랜 기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지난 3일에야 ‘수쿠크도 일반 외화표시채권에 적용되는 것과 같이 비과세를 한다’는 내용의 조세특례법 개정안에 간신히 합의했다.

국회가 미적거리고 있는 사이 이슬람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던 기업들의 계획은 무산됐거나 지연됐다.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였던 국내 증권사들의 업무도 중단됐다. 정부의 수쿠크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타이밍을 놓쳤다.

늦게나마 이슬람채권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건 다행스럽지만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해 정부, 증권사, 기업은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을 소모했다. 그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