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이기주의에 멍드는 국가정책①]서비스 산업 선진화 방안 계류 법안
슈퍼마켓에서 언제쯤 감기약을 살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슈퍼마켓에서 감기약을 사먹는데 한국은 어떤가"라는 지난해 말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관심을 모은 화두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다.
국민 대다수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소화제나 감기약, 두통약 등 일반의약품 구입이 허용되기를 원하고 있다. 심야에, 혹은 주말에 소화제, 감기약을 찾아 헤맨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시민단체도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적극 지지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슈퍼마켓의 일반의약품 판매가 일반화 돼있다. 기획재정부도 의약품 시장 확대와 유통 구조개선 등 서비스 선진화를 위해 약국이 아니면 의약품을 팔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약사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입지가 줄어들 것을 의식한 약사회의 로비와 의약품 남용을 명목으로 한 보건복지부 반대로 이 방안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바늘구멍 통과보다 더 어렵다는 국회가 기다리고 있다. 이익단체의 로비는 물론 다음 선거에서 받을 불이익을 우려해 민감한 쟁점 사안에 대해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논의 자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부를 위한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 선진화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인 것만 10건에 달하고 이중 절반은 발의된 지 2년이 지났다는 사실은 국회 이기주의가 정부는 물론 국민 경제의 발목을 잡는 좋은 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 법안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 의료기관 설립 허용 △제주특별자치도 영리의료법인 도입 △전문자격사 진입규제 완화 △약국법인 설립 △원격진료 등 비교적 수위가 낮은 방안이다.
약한 강도의 법안도 국회통과가 안 되는 상황에서 영리 의료법인 허용,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 슈퍼마켓 판매, 전문자격사 진입 규제 완화 등 쟁점 사안은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관련 법안이 통과하지 못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를 넘기면 이명박 정부 임기 안에 서비스 선진화를 추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과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이익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 선진화 방안을 올 상반기에 통과시키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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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선진화는 대외의존도가 85%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세계 7강에 진입한 수출에 비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서비스 산업을 균형 있게 키운다면 과도한 대외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부문 경쟁력이 증대될 경우 고용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해외진출도 가능해져 우리 경제의 외연을 넓히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어렵게 합의된 방안마저 국회통과가 안 되고 있어 답답하다"며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서비스 규제완화가 시급한 만큼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