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가 대신 내린 유류세? "이젠 정부 차례"

정유사가 대신 내린 유류세? "이젠 정부 차례"

김진형 기자
2011.04.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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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요구 거세져… 코너에 몰리는 정부

▲석유 TF를 이끌어 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석유 TF를 이끌어 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이명박 대통령이 지적한 '묘한 기름값'을 살펴본 '석유 테스크포스(TF)'가 6일 결론을 발표했다. 1월 중순부터 3개월간 작업한 결과물이다. 그것도 두 차례나 활동기간을 연장하며 대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흘러 나왔던 내용에서 진전된 것은 SK에너지 등 정유사들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뿐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류세, 정유사가 대신 내려준 셈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석유 TF 보고가 올라 왔을 때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발표 시기에 구애받지 말고 더 검토해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지난달 말 공개될 예정이던 결론이 6일로 늦춰진 이유였다.

최 장관은 "큰 거 하나 준비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말해 휘발유 값 인하를 바라는 국민 기대를 고조시켰다. 최 장관이 말한 '큰 거'는 지난 3일 나왔다. SK에너지의 기름 값 100원 인하였다. 최 장관은 휴일인데도 이례적으로 "고유가에 시달리는 국민 부담을 나눠지겠다는 SK의 가격인하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정유사의 '성의 표시'가 이번 TF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석유 TF의 목표는 과점시장인 정유업계의 경쟁을 촉진시켜 중장기적으로 석유가격을 낮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땡 큐'다. 최 장관은 평소 스타일처럼 '내가 욕먹더라도 국민을 위해서라면 한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정유사들의 가격 인하를 놓고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적인 말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결국 정부가 안한 유류세 인하를 정유사가 대신 한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거세지는 유류세 인하 요구 =정부는 TF 활동을 통해 기름 값 인하라는 정유사들의 '성의 표시'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에 '성의 표시'를 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질질 끌고 있는 유류세 인하다.

정부는 이날도 "유가 수준이 얼마가 될 때 유류세를 인하한다는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자는 계획을 세워놓았다"고만 밝혔다. 주영섭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최근 "유류세 인하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정상적인 정책도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도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 다시 가격이 내려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망설이는 데는 유류세 인하가 기름 값을 실제로 끌어내릴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데다 세수감소를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올 들어 석달간 석유 관련 세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가까이 더 걷힌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입 원유는 25조6583억원 어치로 지난해 1분기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원유에 3% 부과되는 관세와 원유 수입액과 관세를 합친 금액에 10%가 붙는 부가가치세 수입도 크게 늘었다. 올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관세는 2028억원, 부가세는 7307억원이 늘어, 총 9335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더 거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석유) 원가가 오르다 보니 세금도 같이 올라 1조원의 세입을 더 챙겼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연말까지 4조원을 더 챙긴다는 분석이 있다"며 "관세를 내릴지 탄력세인 교통에너지 환경세를 내릴지 검토하겠지만, 정부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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