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범창 설치에 정류장 조명까지…18년간 동네 지킨 범죄예방 경찰관

방범창 설치에 정류장 조명까지…18년간 동네 지킨 범죄예방 경찰관

남양주(경기)=박상혁 기자
2026.10.25 05:1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베테랑] 김태호 경기북부경찰청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계 범죄예방진단 전문관

[편집자주]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61만건(2025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 소속 김태호 경위(49)가 지난 13일 경찰서 1층 로비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 소속 김태호 경위(49)가 지난 13일 경찰서 1층 로비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미흡한 부분을 보면 고쳐야 하는 성격입니다. 범죄예방 방법을 고민하고 실제로 개선하는 지금 일이 재미있고 보람 있습니다."

경기북부경찰청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김태호 경위(49)는 18년째 범죄예방 업무를 맡고 있다. 범죄가 발생하기 전 지역의 위험 요소를 미리 찾아 개선하는 게 주업무다. 타부서에 비해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주민의 일상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김 경위는 방범시설을 확충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데 주력해 왔다. 김 경위가 가장 보람 있는 성과로 꼽은 것은 남양주시의 건축 조례 개정이다. 공동주택 저층부에 개폐형 방범창 설치를 확대하기 위해 직접 시의회를 설득했다.

계기는 2022년 남양주 별내동에서 실시한 현장 조사였다. 김 경위가 다가구주택 71동을 살펴본 결과 80% 이상은 지상 1층 이하에 방범창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당시 남양주에는 왕숙신도시와 진접2지구 등 대규모 주택 개발이 추진되고 있었지만 신축 건물에도 방범창 설치를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었다.

국토교통부의 '범죄예방 건축 기준 고시'도 세대 창문의 방범시설 설치를 권장할 뿐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았다. 김 경위는 기존 건물뿐 아니라 새로 들어서는 주택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초임 시절 범죄예방 교육에서 접했던 2005년 '인천 여고생 강간 살인'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20대 피의자는 방범창이 없는 단독주택 창문으로 침입해 범행했다.

김 경위는 "당시 피의자가 침입하기 쉽다고 판단해 범행 장소를 선택했다는 진술을 교육에서 들었다"며 "오래전 사건인데도 비슷한 위험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위험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어떻게든 시의원들을 설득해 설치 기준을 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김 경위의 다짐은 결국 조례 개정으로 이어졌다. 여러 차례 남양주시의회를 찾아 설득한 끝에 2023년 6월 전국 최초로 다가구주택·공동주택·준주택 신축 시 지상 1층 이하 세대에 방범창 등 범죄 예방시설을 설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마련됐다. 방범창은 외부 침입을 막되 위급할 때는 내부에서 열고 탈출할 수 있는 개폐형 구조로 규정했다.

조례가 현장에 적용되도록 하는 일도 그의 몫이었다. 김 경위는 건축 행정 시스템 '세움터'에서 설계 사무소가 제출한 도면을 일일이 확인하고, 방범창 설치 기준을 반영해야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남양주 왕숙지구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총 101차례에 걸쳐 개폐형 방범창 설치 등 개선 방안을 협의했다.

김 경위의 노력으로 남양주시엔 2023년 6월29일 전국 최초로 다가구주택·공동주택·준주택 신축 시 지상 1층 이하 세대에 방범창 등 범죄 예방시설을 설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마련됐다./사진제공= 김태호 경위.
김 경위의 노력으로 남양주시엔 2023년 6월29일 전국 최초로 다가구주택·공동주택·준주택 신축 시 지상 1층 이하 세대에 방범창 등 범죄 예방시설을 설치하게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 마련됐다./사진제공= 김태호 경위.

조례 바꾸고 안심등 달고…주민 안전 위한 묵묵한 변화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 소속 김태호 경위(49)가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남양주북부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범죄예방계 소속 김태호 경위(49)가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김 경위는 "우리 부서의 역할은 범죄를 예방하고 시민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개선돼서 정말 좋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엔 전국 최초로 버스정류장 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남양주시 도로조명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도 이끌었다. 한국산업표준상 C급으로 운영되던 정류장 조명이 체감상 어둡다는 점에 주목했다. 산지가 많고 신도시 개발이 진행 중인 남양주에서는 밤이면 정류장 주변이 어두워져 범죄에 취약할 수 있다고 보고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밖에 어두운 골목길에 태양광을 활용한 '솔라 안심등' 설치도 추진했다. 일반 가로등 설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서 주민들의 범죄 불안을 덜기 위한 대안이었다.

김 경위는 "주민들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지역의 문제를 찾아 개선하고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이 범죄 예방과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도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살피고 개선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박상혁 기자

ㅇ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