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20개 제조업체, 10개 대형유통업체 하도급법 위반 곧 제재
-'납품단가 후려치기', 동반성장 협약에 반영
-"SK특혜 때문에 공정거래법 반대? 본말전도"
물가안정, 동반성장,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

추진하는 업무마다 국정 '핫이슈'다.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사진) 얘기다.
지난 1월 취임 하자마자 물가안정의 선봉에 서 라면, 우유, 두유, 치즈 등 서민생활 밀접품목을 일제 점검했다. 이어 삼성, 현대자동차 등 15대 대기업을 포함해 34명의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를 직접 만나 대기업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동반성장을 촉구했다.
최근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단속에 앞장서면서 다시 한 번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대기업을 타깃으로 한 업무를 주로 맡다보니 최근 재계의 반발과 견제가 심해졌다. 혹자는 '비(非)시장, 반(反)기업'이라고 몰아세우고, 공정위가 70년대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느긋하다. 시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졌기 때문에 공정위의 역할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기업을 향해 "국민 눈높이를 돌아보라"고 조언했다.
하반기도 분주한 일정이 예정된 김 위원장을 만나 공정위의 주요 정책방향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에 드라이브를 건 지 10개월여가 지났습니다.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많습니다.
▷앞으로 동반성장 협약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획기적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과거 2년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규모를 얼마로 책정했는지에 따라 점수를 줬는데 올해부터는 실제로 얼마를 집행했느냐를 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 나가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했는지, 대형유통업체라면 판매수수료율 조정을 합의 하에 했는지 등을 포함시킬 예정입니다. 이런 부분에 가중치를 많이 줘 실질적으로 혜택이 되는 쪽으로 몰아가려고 합니다.
-하도급법이 개정됐지만 중소기업의 불만은 여전히 높은데요.
▷지금까지는 하도급법 위반 등 법집행을 할 때 열에 여덟아홉은 대금을 안 주거나 늦게 주는 등의 대금 지급 문제를 봤습니다. 앞으로 그런 건 5개 지방사무소에서 다루고, 본부는 하도급 대금 부당감액 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법을 집행할 예정입니다. 대금 지급을 단순히 잘하느냐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금을 깎지 않고 잘 줬는지를 보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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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도급법 실태조사 하셨는데 결과는 어떤가요.
▷지난해 4분기에 제조업체 서면실태조사를 하고, 40개 업체에 대해 현장조사 했습니다. 그중에서 경미한 건을 빼고 20개 위반 업체에 대해 7~9월까지 순차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할 예정입니다. 백화점, 마트 등 대형유통업체도 47개 업체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여기도 경미한 위반은 빼고 10여개 업체의 저촉 행위를 발견했습니다. 가급적 8~9월 중에 법에 따라 엄정 집행하려고 합니다.
-상반기 중에 15대 대기업 총수와의 만남을 추진한다고 하셨는데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총수도 만날 겁니다. 총수와의 만남은 그 자체로 동반성장 문화의 진일보를 의미합니다. 1분기, 2분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대기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하고, 잘못 이해한 게 있으면 바로 잡는 과정에서 고칠 점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이런 활동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공정위가 기업에 과도한 압력을 가한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비시장, 반기업'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공정위는 경쟁법의 테두리를 한 치도 벗어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다만 과거에 소극적으로 활동하던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와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데 매번 똑같을 순 없지 않습니까. 대기업들도 국민들의 눈높이를 돌아봐야 합니다. 그래야 시각차가 줄어듭니다. 공정위가 시장을 하나하나 뒤질 여유도 없고, 그런 건 의미도 없습니다. 다만 담합해서 가격을 올리거나 소비자를 지나치게 오인하게 하지 말라는 겁니다.
-하반기에 외식비 인상을 들여다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주로 프랜차이즈 담합을 보신다는 건가요.
▷저희가 외식업체를 다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서민들이 아파하는 부분을 나 몰라라 할 순 없으니까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가격 담합에 관심을 갖겠다는 겁니다. 이건 공정위가 직접 나설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단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정보를 공유해 줘야 합니다. 공정위는 소비자단체가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조사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경쟁당국이 할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최근에 일감 몰아주기를 보면 어느 특정 재벌 또는 친족들이 비상장 기업을 하나 만들어서 그쪽에다 MRO(소모성자재 구매대행) 형태 등으로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줘 변칙 증여·상속의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초 MRO의 취지를 벗어난 부분을 보겠단 겁니다. 최근 몇 년간 이런 문제가 쌓이다 보니 커졌고, 이제 들여다 볼 시점까지 온 겁니다.
-MRO 조사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지난달 말부터 현장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특정 계열사에 너무 몰아주거나 배타적인 조건을 줘 부당이득을 취했는지 등을 들여다 볼 겁니다. 또 경쟁 입찰도 실제로 한 건지 들러리 세워서 한 건지 볼 겁니다. 경쟁 입찰이라고 하고 실제론 특정 MRO업체만 해당되는 조건을 붙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실질적인 수의계약에 다름없는 건데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고, 모범관행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놨고, 굉장히 신중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도 무산됐습니다. 야당은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 때문에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공정거래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법 개정입니다. 순환출자는 잘못하면 국가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겁니다. 그 고리를 끊어서 대기업의 나머지 계열사를 보호하자는 게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현대차는 현행법 하에서 금융사를 못 가지고 오기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못한다고 합니다. 현대캐피탈을 팔면 자동차를 팔기 어렵다는 건데 삼성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의 순환출자를 끊으려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꼭 필요합니다.
SK에 대해서도 특혜를 준 게 아닙니다. SK증권을 매각 못한 것에 대해 이행처분 명령을 내릴 거고, 과징금도 부과할 겁니다. SK에 대한 특혜 때문에 반대한다는 건 본말을 전도하는 얘기입니다.
-대학의 등록금 담합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대학 등록금 인상 문제는 매년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현안으로 공정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분야입니다. 과거에도 등록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학관계자들의 협의체를 중심으로 4차례 조사를 했지만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대학 등록금은 대학마다 금액이나 인상율 등이 모두 다를 뿐만 아니라 대학별로 설치된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통해 결정하도록 돼 있어 담합 혐의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공정위는 매년 대학들의 등록금 결정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혐의점이 발견되는 경우 신속하게 조사해 조치할 예정입니다.
-소셜커머스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공정위 단속의 사각지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대책이 있으신지요.
▷소셜커머스는 최근 붐을 타고 있는데다 진입장벽이 낮아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있고, 사업자간 불공정 계약·행위로 시장질서가 다소 혼탁한 상황입니다. 올 하반기에는 조사대상 업체를 확대해 소비자보호 의무위반 및 불공정약관 사용 등 위법행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또 법 위반을 한 번만 하는 경우에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해 보다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