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금 낼 의지와 걷을 능력

[기자수첩]세금 낼 의지와 걷을 능력

김진형 기자
2012.04.15 14:39

총선이 끝났다. 정치권에는 이미 후폭풍이 시작됐다. 정치권의 전열 재정비가 끝나면 경제에도 총선의 영향이 시작될 것이다. 경제 분야 영향으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복지'다. 국민들이 새누리당에 과반의 의석을 안겨준 게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지지였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곧바로 공약 실천을 위한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복지확대는 결국 돈이다. 나랏돈,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안다. 정부가 계산한 정치권 복지공약 실현에 필요한 돈은 5년간 최소 268조원이다. '선거법'에 걸려 정치권에 반격의 빌미를 줬지만 이젠 정부가 발표하기까지의 절차적 하자보다는 발표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앞으로 쟁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내놓은 재원조달 방안의 대부분은 증세다. 굳이 부자증세(소득세, 법인세율 인상)까지 거론하지 않아도 주식양도차익 과세 확대, 각종 비과세·감면 조치 축소 등 모두 세 부담을 늘리는 방안들이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은 세금 더 낼 생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선거 직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공약 확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 '는 응답이 55.6%였다. '세금은 더 내겠다'고 응답한 사람들도 연간 36만 원(월 3만 원) 미만이 75%였다.

이렇게 세금 더 낼 의지가 없는 국민을 상대로 정치권이 세금 더 걷을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이 공약으로 내건 것처럼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해 준다면 너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축소하려고 할 때마다 표 의식해 축소를 막은 정치권이 이제 와서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그것도 대선을 앞두고 말이다.

증세는 최소화하고 사회기반시설(SOC) 투자 축소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당선자들이 쏟아낸 그 많은 도로 만들고 경전철 깔고 공항 만들겠다는 공약은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세금 더 걷을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 결론은 빚내는 것(국채 발행)뿐이다. 이렇게 몰락한 게 그리스다. 그리스가 몰락한 것은 '과도한 국가부채' 때문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낼 의지가 없었고, 정치권과 정부도 더 걷을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 우리 사회가 좀 더 툭 까놓고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아가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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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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