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에서 부는 경제민주화 열풍이 요즘 날씨만큼이나 '핫'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표면상으론 재벌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듯하다.
집단소송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대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도 중 하나다. 집단소송제가 '담합'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 중 상당수는 대기업의 과독점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에너지와 통신, 자동차. 항공 등 대규모 장치산업은 물론 설탕, 밀가루, 라면 등 먹거리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과독점은 태생적으로 담합이 발생하기 가장 쉬운 시장구조다.
담합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담합으로 밀가루 납품가격이 오르면 과자 값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부의 담합 처벌은 과징금에 집중돼 있다. 담합 기업에 수백~수천억의 과징금이 부과되더라도 정작 담합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는 건 아니다.
최근의 라면 담합사건을 예로 들면 농심, 삼양, 오뚜기 등 라면 제조업체에 13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담합으로 인해 10여 년간 라면 값을 비싸게 지불해야만 했던 소비자들에게 돌아간 보상은 없다.
집단소송제는 이 같은 공적 집행의 한계를 보완하는 효과적 방법이다. 집단소송을 통하면 라면제조업체들의 가격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지불한 라면 값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집단소송제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의 2005년 소니영화사 사건을 보면 이해가 쉽다. 소니가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자사 영화에 우호적인 영화 평을 잡지에 게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집단소송이 제기됐고 소송 도중 소니는 해당 영화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5달러씩을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집단소송제는 담합을 막는 최고의 방책이기도 하다. 집단소송제는 실제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구제하고 기업에겐 부당하게 얻은 이익 이상을 배상하도록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우리 공정거래법 하에선 담합 사건에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만을 과징금으로 물릴 수 있다. 기업들이 담합을 통한 맘 편한 장사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합의 이득과 과징금의 부담을 저울에 달았을 때 담합의 이점이 더 무겁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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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을 근절시키기 위해선 거꾸로 해야 한다. 이득과 처벌의 무게를 비교했을 때 처벌이 훨씬 무겁다면 담합의 유혹은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