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란 앞에 작아진 정부 "이란에 580억 돌려줘라"

[단독]이란 앞에 작아진 정부 "이란에 580억 돌려줘라"

이대호 MTN기자
2012.11.05 17:02

< 앵커멘트 >

이란 기업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뒤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고, 최근에는 한국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시위까지 벌였는데요. 정부가 이란과 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에게 이 계약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대호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1일 과천 기획재정부의 한 회의실 앞입니다.

평소와 달리 문 앞에 회의 주제도 적어 놓지 않은 채 비공개 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뿐 아니라 지식경제부, 외교통상부 실무진과 자산관리공사(캠코), 우리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습니다.

MTN 취재결과, 정부는 이 자리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 최대주주인 캠코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게 이란 기업 엔텍합에서 받은 계약금을 돌려주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CG>지난 2010년 11월 엔텍합은 대우일렉을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보증금 578억원을 채권단에 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금융 제재로 인해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자, 채권단은 이듬해 5월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CG>이후 엔텍합은 한국 법원에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11월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외상금 3,000만 달러를 갚으라는 조정결정을 내렸습니다.

<CG>그러나 채권단은 계약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급기야 지난달 21일(현지시간)에는 이란 테헤란 한국 대사관 앞에 엔텍합그룹 직원 1,000여명이 몰려와 이 돈을 돌려달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란에서 한국을 겨냥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것이 극히 이례적이고, 이들이 한국제품 불매 운동까지 경고하는 등 반한 감정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정부가 나서서 채권단을 채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CG>하지만 채권단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엔텍합이 제기한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자진해서 계약금을 돌려줬다가 배임 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계약금을 돌려주는 것은 다른 M&A건에도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어 부담입니다.

당시 회의에서도 채권단은 이 같은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외교적 마찰을 언급하며 '애국적으로 행동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채권단은 정부의 요청을 감안해 오는 15일 법원에서 다시 한번 조정안이 나올 때 이를 수용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G>정부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최종 결정하겠지만 국익을 위해 돌려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머니투데이방송 이대호입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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